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AI 칩 설계 기업 헤일로(Hailo)가 최근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생성형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차세대 엣지 AI 프로세서 '헤일로-10H(Hailo-10H)'를 공식 발표했다. 이 칩은 클라우드 의존도를 제거함으로써 데이터 지연 시간(latency)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자동차, 스마트홈, 리테일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온디바이스 AI’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중심 AI의 패러다임 전환
과거 인공지능(AI)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강력한 GPU 연산 능력에 의존해왔다. 음성 비서, 안면 인식 등 AI 애플리케이션이 확산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필수적인 기반 기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 집중식 구조는 데이터 전송에 따른 지연 시간, 막대한 대역폭 비용, 그리고 GDPR(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 및 CCPA(캘리포니아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와 같은 규제 강화로 인한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엣지 AI'가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7년까지 전체 기업 데이터의 75%가 전통적인 클라우드 외부, 즉 엣지 단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엣지 AI는 스마트폰, 자동차, IoT 기기 등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추론)함으로써 응답 시간을 수백 밀리초에서 수 밀리초 단위로 단축시키고,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기기 외부에 전송하지 않아 보안성을 극대화한다.
‘헤일로-10H’, 온디바이스 생성형 AI의 게임 체인저
헤일로의 오르 다논(Orr Danon) CEO는 "헤일로-10H는 엣지 환경에서 생성형 AI를 구동하기 위해 진정으로 최적화된 최초의 독립형 AI 칩"이라고 강조했다. 이 칩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완벽한 기기 내 생성형 AI 구현: 대화형 AI, 이미지 합성, 멀티모달 작업 등을 외부 서버 연결 없이 오프라인으로 수행한다.
* 차량용 등급의 신뢰성: 자동차 반도체 신뢰성 표준인 AEC-Q100 Grade 2 인증을 획득해 차세대 차량 인포테인먼트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즉시 적용 가능하다.
* 전력 대비 최고의 효율: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에 버금가는 와트당 성능을 구현하여 배터리로 구동되는 기기에 최적화되었다.
* 강화된 데이터 프라이버시: 사용자의 텍스트, 이미지, 센서 데이터가 기기 내에서만 처리되므로, 설계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 규제 준수가 용이하다.
시장 전망과 전문가 분석
엣지테크 인사이트(EdgeTech Insights)의 수니타 파텔(Sunita Patel) 수석 분석가는 "온디바이스 생성형 AI는 우리가 모든 전자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높은 연산 능력이 아닌, 로컬 환경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작동하는 컴퓨팅 파워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감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엣지 AI 시장 규모는 2024년 180억 달러에서 2027년 약 5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헤일로-10H는 강력한 성능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엣지 AI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는다.
주요 기술 사양
* 지연 시간: 클라우드 추론 시 약 100ms였던 응답 속도를 10ms 미만으로 단축 (헤일로 내부 벤치마크 기준)
* 목표 소비 전력: 5~20W 수준으로 임베디드 및 차량용 시스템에 이상적
* 모델 지원: 최대 70억 파라미터(매개변수)의 언어 모델을 지원해 기기 내 챗봇, 실시간 비전 인식 등 고도화된 작업 가능
* 작동 온도: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도까지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동 보장 (AEC-Q100 인증)
우리 삶에 미칠 영향
헤일로-10H와 같은 고성능 엣지 AI 칩의 등장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미래의 자동차는 통신 두절 걱정 없이 실시간으로 최적 경로를 제안하고, 스마트홈 허브는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외부 유출 없이 분석해 맞춤형 조언을 생성할 수 있다. 리테일 매장에서는 현장 AI가 제품을 인식하고 고객 동선을 분석해 즉각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헤일로-10H는 AI 기술의 무게 중심이 중앙 서버에서 개별 기기로 이동하는 'AI의 탈중앙화'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AI가 클라우드의 '마법'이 아닌 내 기기 속 '파트너'가 되는 시대, 기술에 대한 신뢰와 통제권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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