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글 / 청목 남궁존
사람은 참 오묘한 존재다.
한 번 스쳐간 인연이 가슴에 깊이 남아 평생을 흔들기도 하고,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사람은 언젠가 아무렇지 않게 기억에서 사라진다.
어떤 이는 내가 필요할 때 어김없이 나타나 마치 오래된 등불처럼 마음을 밝혀주고, 또 어떤 이는 정작 내가 가장 외로울 때, 침묵으로 그 자리를 비운다.
같이 웃던 날엔 친구였으나, 내가 울던 날엔 뒷모습만 남긴 사람도 있다.
관계란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우연한 만남에 눈길을 주면 인연이 되고, 그 인연에 마음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그러나 모든 인연이 결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모든 이별이 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그건 마음이 먼저 기억한 사람이다.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다.
외로움은 어쩌면 누구라도 채워줄 수 있다.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하나로 그 공허는 잠시 가실 수 있다.
그러나 그리움은 다르다.
그 사람, 단 한 사람만이 채울 수 있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 잊는다고 잊혀지지 않는 그 빈자리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건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가혹한 감정일지 모른다.
그리움은 이유가 없고, 설명이 없으며, 단 하나의 존재를 향해 일생을 맴돈다.
그렇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그것이 삶이고, 인연이며, 사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