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7일 부산 동래도장에서,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속에서 안경전 종도사의 세번 째 도전강독이 열렸다. 이날 도전강독에서는 AI문명 시대의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참된 의미와 인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몸속에 삽입하는 의료기기, 뇌에 직접 지식을 주입하는 기술이 현실화되는 시대. 인공지능은 이제 전화기와 컴퓨터를 넘어 양자장비, 생체이식 기술로 확장되며 우리의 삶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AI는 지식 총량을 인간보다 100만 배 이상 축적할 수 있고, 학습 속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과연 이렇게 많은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까?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영성철학자인 알렉산더 로웬은 이러한 기술 문명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던진다. 그는 "지식이라는 지식은 결국 표면 현상일 뿐"이라며, 인간이 지닌 진정한 지혜는 표면적 정보가 아닌 ‘존재의 통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뇌에 정보를 채워넣는 기술이 가능해진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삶의 방향이나 내면의 균형, 존재의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진보의 환희 속에서, 역설적으로 더 깊은 공허함과 중독의 경계에 서 있다. 그렇다면 인간 고유의 ‘내면적 지능’은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인공지능이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의료 진단에까지 깊숙이 들어온 지금, 인간은 과연 어떤 능력으로 차별화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우위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의 양으로는 AI를 이길 수 없고, 속도로도 밀릴 수밖에 없는 시대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본질적인 능력이 있다. 그것은 외부로부터 배우지 않아도 내면 깊숙이 작동하는 '원형지능'이다. 이제 우리는 이 지능의 실체와 가능성을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원형지능(Artype Intelligence)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내면에 지닌 근원적인 지혜를 말한다. 이는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외부에서 주입되는 지식과는 다르며, 직관과 통찰을 통해 스스로 드러나는 내면적 인식이다. 고대 철학에서 말하던 ‘우주와 하나된 자각’이나, 동양 사상의 ‘본성의 발현’과 유사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지능은 데이터를 처리하지 않고도 진실을 직감하며, 혼돈 속에서도 조화를 발견하고, 분열된 세계에서 통합을 추구하는 힘을 지닌다. ‘빛’이라는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이 능력은, 단지 인지 능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작용이자 생명 그 자체의 표현이기도 하다.
원형지능은 단지 영적 개념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을 품은 철학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로웬이 말한 ‘무경계(No Boundary)’의 철학은 이 지능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인간이 신체, 감정, 사고, 에너지 흐름까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유기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식이라는 지식은 궁극적으로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우리가 얻는 정보들이 진짜 ‘이해’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원형지능은 바로 이 표면을 뚫고 들어가, 인간의 존재 자체가 응답하는 내적 진리로 접근하게 만든다. 이 지능은 말로 설명되지 않지만, 모든 존재가 공명하며 스스로 깨닫게 되는 본질적 통찰의 근원이 된다.
인공지능은 빠르고 정확하며 방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부로부터 입력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인식하는 ‘기계적 지능’일 뿐이다. 반면 원형지능은 외부 정보가 없어도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자생적 지능이다. AI는 계산을 통해 판단하지만, 인간은 직관과 감정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AI는 논리적이지만 공감하지 못하고, 창의적인 해석이나 윤리적 판단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런 맥락에서 원형지능은 기술이 아닌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으로, 현대 문명이 놓치고 있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정보 중심의 시대를 넘어, 존재 중심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열쇠이기도 하다.
원형지능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 속에서 깨어난다. 현대의 명상가, 예술가, 철학자들 중 많은 이들은 고요한 집중과 내면 탐색을 통해 그 지능과 접촉했다고 고백한다. 명상은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내면의 흐름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다. 이 고요한 상태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통찰, 감정의 통합, 직관적인 해답은 인공적인 학습이 아닌 존재 자체의 반응이다. 실제로 위대한 발명과 창작이 '생각하지 않았을 때' 탄생했다는 사례들은 원형지능의 실재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분리된 인식이 아닌 통합된 사고, 논리보다 깊은 직관에서 비롯된 깨달음은 우리가 AI 시대를 살아가며 더욱 의식적으로 단련해야 할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능력을 더욱 갈고닦아야 할까? 원형지능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이 지능은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복잡한 현실 속에서 통합적 시선을 유지하는 능력은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힘이다. 원형지능을 계발하는 삶은 단절과 파편화로 흐르기 쉬운 디지털 사회에서 연대와 공감, 깊이 있는 관계를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곧, 정보가 아닌 의미를 중심에 둔 새로운 인간 중심 문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만사지 문명'이라는 새로운 질서의 문 앞에 서 있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또 하나의 질서이며 가능성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곧 인간의 진보를 뜻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문명의 중심에는 ‘존재의 깊이’가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원형지능이 제안하는 방향이다. 영(0)과 일(1)로 상징되는 디지털 세계의 이면에는, 음양의 조화와 통합, 그리고 내면의 빛을 향한 인간의 갈망이 담겨 있다. 우리가 기술을 통해 어디로 갈 것인지 묻기 전에, 우리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인류의 진정한 진보는 알고리즘이 아닌 통찰, 기계가 아닌 인간 내면의 지혜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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