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자유무역항의 핵심 거점인 보아오 르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博鳌乐城国际医疗旅游先行区)에 HIV 장기 예방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 来那帕韦)’가 공식 도입됐다. ‘1년에 단 두 번 주사’라는 획기적인 예방 방식을 갖춘 이 약물은 중국 내에서 처음으로 르청 선행구를 통해 임상에 투입된다.
25일, 하이난성 이링 국제의료기기 전시센터에서는 ‘글로벌 에이즈 예방 성과 교류회 및 레나카파비르 도입 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하이난성 보건건강위원회(海南省卫生健康委员会) 쩡자오창(曾昭长) 부주임, 르청 관리국 랴오징러(廖敬乐) 부국장, 길리어드 사이언스 징팡첸(金方千) 글로벌 부사장, 이링병원관리그룹(一龄医院管理集团) 리웨이(李玮) 이사장 등 보건당국 및 의료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2030 HIV 종식’ 향한 강력한 도전
레나카파비르는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장기 지속형 PrEP(노출 전 예방요법)으로, 1년에 단 두 차례 피하 주사만으로 HI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기존의 매일 복용하는 경구 예방약과 달리, 약물 복용 순응도가 낮은 이들에게 더 나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예방 접근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감염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쩡자오창 하이난성 보건건강위원회 부주임은 “건강은 민생의 기초이자 자유무역항 발전의 핵심”이라며, “레나카파비르의 도입은 하이난과 중국 전역의 에이즈 예방 전략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중국 유일의 의료 특구, 혁신 치료법 전진기지로
르청 선행구는 중국 유일의 국가급 의료 특구로, 해외에서 승인된 혁신 의약품을 국내 승인 없이도 일정 조건 하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500여 종의 글로벌 혁신 약물이 도입돼, 중국 환자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르청 관리국의 랴오징러 부국장은 “이번 레나카파비르 도입은 제도 혁신과 약물 접근성 확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르청의 선도적 역할을 입증한 사례”라며, “다양화되는 국민 건강 수요에 맞춰 혁신 치료법 도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링병원 리웨이 이사장도 “자유무역항의 ‘봉관’ 체제 돌입을 앞두고 르청 선행구는 세계적 혁신 약물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며, “레나카파비르의 도입은 글로벌 보건 협력에 이링이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루 한 알’에서 ‘1년 2회’로…HIV 예방의 패러다임 전환
이날 행사에서는 생물의학 기반 HIV 예방 전략을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도 함께 열렸다. 광저우 의과대학(广州医科大学) 차이웨이핑(蔡卫平) 교수는 “치료 중심의 ‘수동적 대응’에서 예방 중심의 ‘능동적 전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유안병(北京佑安医院)원 쑨리쥔(孙丽君) 교수는 “중국 PrEP 모델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하루 한 알’에서 ‘1년 2회’로, 단일 방식에서 개인화된 다중 접근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나카파비르의 작용 원리에 대해서는 청두(成都) 공공위생임상의학센터(公共卫生临床医疗中心) 차이린(蔡琳) 교수가 설명을 맡았다. 그는 “레나카파비르는 HIV의 캡시드 단백질과 결합해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고, 생명 주기의 다양한 단계를 억제하는 독창적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동시’ 도입 성사…건강 중국 2030 실현을 위한 협력 강조
르청 선행구에서 글로벌과 동시 도입된 이번 사례에 대해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징팡첸 글로벌 부사장은 “정부와 의료기관, 시민단체가 협력해 신속히 임상 적용에 성공한 이번 사례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앞으로도 혁신 치료법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난 보아오는 ‘보아오 아시아 포럼’ 개최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르청 의료특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교두보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레나카파비르의 성공적인 도입은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건강 중국 2030’ 실현에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 제약산업, ‘르청 모델’을 통한 전략적 중국 진출 가속화
이번 레나카파비르 도입 사례는 중국 정부가 글로벌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제도적 장벽을 낮추고, 의료 특구를 활용해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르청 선행구는 기존 중국 인허가 체계의 제약을 넘어서, 국내 미승인 의약품이라도 일정한 조건 하에 실증 및 상용화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전체를 겨냥한 사전 테스트베드로 이곳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혁신적인 신약, 첨단 의료기기, 희귀질환 치료제, 고가의 예방의약품 등은 르청을 통해 초기 수요자 확보 및 임상적 효과 검증을 선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또한 보아오에서 확보한 실제 사용 데이터를 토대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인허가 절차를 가속화할 수 있으며, ‘중국 내 선도 브랜드’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데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이 아닌, 현지화된 데이터 기반의 시장 안착 전략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도 유효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간 제약·바이오 협력은 갈수록 기술 융합과 상호 보완적 구조로 진화하고 있으며, 하이난 르청과 같은 특수 경제·의료구역은 이러한 협력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기회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현지 정책과 임상 전략에 맞춘 접근 방식을 수립한다면, 중국 대륙 내수 진입의 관문은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