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최근 일부 월간 통계에서 출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은 저출산 위기 속에 반가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5월 기준 출생아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으며, 합계출산율도 소폭 반등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 온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들이 다소간 누적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신호를 단순한 일시적 반등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정책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저출산 대책의 방향성을 재점검하고,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대안을 마련할 골든타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한 명 낳기’에서 ‘두 명 이상 낳기’로의 정책 전환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첫째 증가세, 둘째 소폭 증가, 셋째 이상 감소세’에 있다. 이는 기존 출산 장려 대책이 다자녀 출산을 유도하는 데 충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자녀 수에 따른 차등 지원의 확대다. 현재 대부분의 출산·양육수당은 자녀 수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급되고 있지만, 둘째 이상 자녀에 대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둘째 자녀부터는 어린이집 보육비 전액 지원, 셋째부터는 주거 지원, 공공임대 우선 배정, 정책 금융 우대 등의 혜택을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 공공서비스 이용 시 다자녀 가구에 대한 우선권 부여 및 감면 혜택도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청년층의 주거·고용 기반 강화다.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불안정한 경제 기반이다. 특히 주거비 부담과 고용 불안정이 혼인과 출산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임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신혼부부 전용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청년층 정규직 전환 유도, 육아휴직 인센티브 제공 등 실질적 제도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이 ‘경제적 모험’이 아니라 ‘안정된 선택’으로 인식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셋째,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 지원의 강화가 필요하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경력 중단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 유연근무제 확대 시행, 직장 내 육아 인프라 확충 등이 요구된다. 특히 경력보유 여성에 대한 재취업 지원과 직무 재교육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 균형 발전과 생활 인프라(SOC) 확충이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 집중 구조 완화를 위해 지방의 정주 여건 개선이 절실하다. 지방 중소도시에도 육아 및 교육 인프라, 문화·의료·교통 등 생활 SOC를 과감히 확충함으로써 ‘서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보육시설 접근성, 학교 안전성, 지역 내 삶의 질 향상이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인구 수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복지재정, 노동시장, 지역 균형 발전과 긴밀히 연결된 구조적 과제이다. 현 시점에서 관찰되는 출생아 수 증가라는 긍정적 흐름을 정책 전환과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정부는 단기적 성과에만 머물지 말고,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저출산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저출산 해결은 하나의 정책으로 완성될 수 없다. 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의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대한케어복지학회 회장,
▷전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