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비롯하여 우주공간에는 사람을 포함한 수많은 물체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너무 많다. 아니 헤아리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과 주변에도 필요한 것, 필요하지 않은 것 등 가릴 수 없이, 내 이웃에 있으면서도 있는지 조차 모르게 많은 것들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그들의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 나름대로의 역할이 무엇인가? 즉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당연하고 꼭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우주공간에서 숨 쉬고 살아있는 것처럼 그것들도 나보다 더 절실하고 더 소중한 삶의 이유를 가지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둘 이상이 되면 편을 가르고 내 편이 아니면 배척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 나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사물이나 물건, 무엇인가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장애가 되는 어떤 것들은 모두가 귀찮거나 눈앞에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마음, 아예 물리적인 힘을 가하여 없애 버리려는 일을 때로는 서슴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 생물들의 본성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여 내 이웃에 존재하는 것과 상생(相生)하며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리는 모든 만물이 존재하는 자연 속에서 어울려 살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과학과 문명이 발전해 왔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 발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다른 존재물들이 야금야금 이용되거나 사라진 것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괴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 외에 다른 상대방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때, 또는 상대를 없애 버리려고 할 때, 균형이 깨지고 그들만의 평화는 사라질 것만 같다. 역사는 “도전에 의한 응전”의 기록이라고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가 이야기했다. 존재하는 것들이 자기의 생존을 위하여 자기 영역을 확보하면서 투쟁하는 것도 그들만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존재한다. 역사는 사람들만 써 가는 것이 아니라, 미물이라도 그들만의 역사가 있는 것 같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내(川)를 이루고 내가 모여서 강을 이루고 강물이 모여들어 바다를 이루듯이, 우리가 살아온 이 땅의 모든 역사가 먼지보다 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큰 역사가 이루어진 것을 보아 왔다. 그러나 역사는 그 결과만 거창하게 나열하고 그 역사의 작은 성공의 단초가 되었던 작은 것들은 무시하거나 잊어버리고 만다.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2만 개 이상의 부품들이 조합을 이뤄 각기의 역할에 따라 굴러가듯이, 우주공간에 있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각기 주어진 역할에 따라 살아갈 때 우주 질서가 확립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존재하는 그 자체가 행복이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만 있다면 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사랑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하루를 사는 것이 때로는 지겹고 느슨해지지만, 또는 가끔 즐겁고 행복을 맛보지만, 그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크나큰 우리의 역사와 업적들이 만들어지듯이, 모든 만물은 각자가 지닌 삶이 집적(集積)되어 우리와 공존함으로써 자연을 형성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瓦也 정유순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저서 <정유순의 세상걷기>,
<강 따라 물 따라>(신간)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