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 편지를 읽으신 분 중 한 분이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이 책은 <총, 균, 쇠>나 <이기적 유전자>처럼 사놓고 안 읽은 책 중 하나였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았습니다.
'사실충실성'으로 번역된 이 책은,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던 통념과 인식의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광주-산천 지역의 홍수, 현재진행형인 각종 전쟁, 끔찍한 살인 사건 등 온갖 비극적인 소식들 때문에 세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로슬링은 이러한 감정적인 반응 대신,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는 인류가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고, 아동 사망률이 감소하며, 교육 수준이 향상되는 등 세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통계와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책을 ‘내가 알고 있는 게 결코 전부는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해보고 싶습니다.
동시에 예전에 읽었던 <사피엔스의 미래>라는 책이 떠오르더군요. 이 책에서는 ‘인류는 앞으로도 번영할 수 있다’는 낙관론과 ‘인류의 미래는 어두울 수 있다’는 비관론을 두고 두 팀이 토론을 벌입니다.
한 팀은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입니다. 말이 필요없는 유명 작가죠. 다른 팀은 모두 처음 들어본 참가자였습니다. 유명 작가팀이 뛰어난 논리와 다부진 설명으로 대중을 설득하리라 여겨습니다. 당연히 많은 지지를 받아 이길거라 예상했는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그 당시 느꼈던 의아함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유명하고 똑똑하고 글도 잘 쓰는데, 왜 졌을까.’하고 말이죠. 돌이켜보면 저는 ‘내가 아는 사람’이 이길 거라고 무심코 믿고 있었던 거죠.
물론 <사피엔스의 미래>는 특정 입장의 승패에 집중하기보다,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근거들을 소개하며 독자가 스스로 판단해보기를 권하는 내용입니다.
두 책 모두 맹목적인 낙관이나 비관을 경계하며,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감정이나 편향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사실(Fact)에 충실하라고 말이죠.
요즘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 <어린이 서양미술사>를 보고 있습니다. '고딕', '인상파', '야수파' 같은 이름들이 처음에는 기존 양식을 고수하는 이들에게 '무시'하고 '깔보는' 의미로 불렸다는 점이 다가옵니다. 고딕은 야만적이라고, 인상파는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비난받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의 역사는 그런 ‘업신여김’을 딛고 일어선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고 나온 새로운 시각들이 결국 역사를 만들어 나간거죠.
그래서 성장은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님’을 인정하면서 시작된다고 여깁니다. 통념과 상식에 한 번쯤 의문을 품어보는 용기.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데이터나 그래프를 만났을 때, 무작정 거부하지 않는 용기.
내 입장이 바뀐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오늘 하루, 그런 용기를 내보는 목요일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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