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김정대] 진정한 지방자치시대 공직사회와 지방의회의 역할 변화를 들추어 본다.

▲김정대/선진지방자치연수원 교수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 1952년 지방의회가 구성하면서 시작되었으나 19615.16군사혁명으로 약 30년간중단되었다. 34년만에 제도적으로 완전히 부활된 선거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접 선거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지침을 단순히 집행하던 시대를 넘어, 지역 주민이 직접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고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민 주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역 행정의 최일선에 있는 공직 사회와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띵킹디자이너 입장에서 완전한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이 가져온 공직자의 변화와 지방의회 의원역할에 대해 생각을 공유해 본다.

 

1. 공직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관리자'에서 '지역경영 전문가'로 바뀌다.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은 공직 사회에 거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과거 중앙정부의 임명을 받던 '관선(官選)' 시대의 공직자는 상급 기관의 지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집행하는 '관리자'이자 '집행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주민이 직접 선출한 '민선(民選)' 단체장과 함께 일하게 된 공직자는 이제 지역 주민이라는 새로운 '고객'을 섬기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지역경영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게 되었다.

 

첫째, 책임성의 방향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되었다.

관선 시대 공직자의 책임은 중앙정부와 상급자를 향하는 수직적 구조였다. 하지만 민선 시대에는 단체장의 재선(再選)과 직결되는 주민 만족도를 높여야 하므로, 공직자의 책임성은 주민을 향하는 수평적 구조로 변화했다. 이는 '법규만 지키면 된다'는 소극적 행정에서 벗어나, 주민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행정으로의 변화를 촉발했다. 이제 공직자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 결과에 대해 주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이른바 *'주민 체감형 행정'*의 주체로 거듭나야 했다.

 

둘째, '획일성'을 넘어 '창의성과 전문성'이 핵심 역량이 되었다.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동일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 각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의 특성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문화관광 육성,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 등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직자는 더 이상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역사, 문화, 산업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창의적인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정책 전문가(policy specialist)'로서의 역량이 필수 불가결 해졌다. 이는 공직사회 내에서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 계발을 요구하는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

 

셋째, '소통과 협치' 능력이 중요한 덕목으로 부상했다.

민선 단체장, 지방의회, 시민사회, 다양한 이익집단 등 지역 사회의 행위자는 과거보다 훨씬 다원화되고 목소리도 커졌다. 공직자는 이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예방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갈등 조정자'이자 '협치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와 통보가 아닌, 설득과 토론, 숙의의 과정을 통해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공직자의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된 것이다. 이는 과거의 권위적인 공무원상에서 벗어나, 겸손하고 열린 자세로 주민과 소통하는 서비스 지향적 공직자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2. 지방의회 의원의 역할 재정립으로 '명예직'에서 '전업 정치인'으로 활동하다.

 

지방자치의 부활과 함께 출범한 지방의회는 초기에는 역할에 대한 혼란과 전문성 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치 경험이 축적되면서 지방의회 의원의 역할은 명확해지고 그 책임 또한 무거워졌다. 지방의회 의원은 단순히 지역의 민원을 해결하는 해결사를 넘어,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첫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연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단체장이 이끄는 집행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이다. 이는 조례 제정·개폐권, 예산안 심의·확정권, 행정사무감사·조사권이라는 3대 핵심 권한을 통해 구체화된다. 의원들은 단체장의 공약과 행정 서비스가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되는지 감시하고, 수천억에서 수십조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주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는 단체장의 독주를 막고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지방자치 시스템의 핵심적인 보루 역할을 한다. 유능한 의원은 날카로운 질문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행정의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정책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역 맞춤형 정책을 생산하는 '입법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국회가 국가 전체에 적용되는 법률을 만든다면, 지방의회는 해당 지역에만 적용되는 '조례'를 만든다. 이 조례야말로 지방자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의원들은 지역 주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 예를 들어 주차난 해소, 아동 돌봄 지원, 소상공인 보호, 지역 축제 활성화 등 국가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조례라는 형태로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적 지식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정책 개발 능력이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조례 하나가 지역의 모습을 바꾸고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은 '지역의 입법가'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니게 된다.

 

셋째, '주민의 대변자'를 넘어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의원은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구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원을 처리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지역 전체의 공공선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특정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가치의 충돌 등 복잡한 문제 앞에서 의원은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체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높은 수준의 정치력과 소통 능력을 요구하는 고차원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3. 성숙한 지방자치를 향하여 협력적 거버넌스와 시민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시대 30년을 넘어서면서 공직 사회와 지방의회는 양적·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공직자는 지역 전문가로, 지방의원은 전문 정치인으로 진화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성숙한 지방자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행부와 의회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다. 견제와 균형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아닌, 건전한 긴장 관계 속에서 최적의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단체장은 의회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의회는 무조건적인 반대나 발목잡기식 비판이 아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견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상호작용이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 그 혜택은 온전히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지방의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윤리성 확립이 시급하다고 본다. 의원들이 복잡한 현안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전문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좌 인력 지원 확대, 전문기관 연수 강화 등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의원 스스로도 끊임없는 학습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윤리 의식을 갖추어야만 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지방자치의 성공은 깨어있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주민들은 선거 때만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공청회, 주민참여예산제 등 다양한 참여 채널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한, 우리 지역의 공직자와 의원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하며, 잘했을 때는 격려하고 잘못했을 때는 준엄하게 책임을 묻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1995년 이후 본격화된 지방자치 시대는 공직자와 지방의원에게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역할과 책임을 부여했다라고 본다. 공직자는 중앙의 지시를 따르는 관리자에서 주민을 섬기는 지역경영 전문가, 지방의원은 명예직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는 입법가이자 감시자로 거듭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두 주체가 건전한 긴장과 협력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여기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질 때,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정대

- 선진지방자치연수원 스마트교수’ ‘띵킹디자이너’ ‘행복공장CEO’

- ‘호남대학교AI교양대학 초빙교수()’

- ‘퍼실리테이터’ ‘광주AI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전문가자문단

- ‘ESG컨설턴트’ ‘일반행정사’ ‘안전교육전문강사

- 광주광역시의회 산업건설전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시민감사관()

- 광주광역시청 일자리정책과장/기업육성과장/경제과학과장/민생경제과장()

작성 2025.07.23 12:22 수정 2025.07.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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