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정만리(鵬程萬里)는 중국 고전 ‘장자(莊子)’ 속에서 등장하는 표현이다. 붕(鵬)이라는 거대한 새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 하늘로 날아간다는 상상 속 이야기에서 유래한 이 말은, 오늘날 ‘앞길이 무궁무진하고 원대한 비전을 품은 도전’의 상징이 됐다.
특히 혼돈과 전환의 시기에 놓인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 붕정만리의 의미가 더욱 절실하다. 단기적 수익이나 일시적인 성과보다, 끝없이 멀고도 큰 목표를 향한 끈질긴 도전이야말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ESG 중심의 경영 철학 변화 속에서 많은 기업이 기존 방식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전이 주는 울림은 깊다.

‘붕새’처럼 위기 속에서도 거대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 높이 날아 멀리 내다보는 비전의 힘이 필요한 때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들은 그 누구보다 작게 시작했고, 누구보다 멀리 날아올랐다.
작은 시작, 큰 꿈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처음부터 크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 중 다수는 차고나 골목길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포엠테크(PoemTech)’는 이러한 이야기를 잘 보여주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대체용 친환경 종이소재를 개발해 유럽 친환경 포장재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창업 초기에는 기술력만 있을 뿐, 자본과 네트워크가 부족했지만, 5년간 지속된 연구개발과 정부 인증 획득을 통해 기술 신뢰도를 쌓았다.
해외 사례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코랩스(Locolabs)’가 있다. 이 기업은 음식물 쓰레기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 정부와 협업함으로써 음식물 폐기량을 30% 이상 줄이는 데 기여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대의에 맞춘 기술을 개발한 이들은 빠르게 시장 신뢰를 확보했고,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도시 환경관리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작고 무명의 기업이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한 철학과 일관된 방향성이 있었다. 이들은 당장의 매출이나 투자 유치보다도,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내면의 동기를 우선시하며, 붕정만리(鵬程萬里)의 자세로 한 걸음씩 내딛었다.
위기에서 기회로
붕정만리(鵬程萬里)는 멀리 나는 꿈을 의미하는 동시에, 강한 바람과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팬데믹 시기, 전기차 충전 인프라 스타트업인 ‘이코파워(Ecopower)’는 다른 기업들이 위축될 때 오히려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위기 속에서도 확장 전략을 멈추지 않은 이들은 오히려 ‘위기 때 준비된 기업이 곧 시장을 선점한다’는 교훈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독일의 에너지 스타트업 ‘플러그유로(PlugEuro)’를 들 수 있다. 이 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정이 커진 시기에,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친환경 마이크로발전소 사업을 고집했다. 단기 이익보다도 장기 신뢰와 기술 완성도를 우선한 전략은 결국 고객의 신뢰와 국가 프로젝트 참여로 이어졌다.
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태도, 붕새처럼 날아오를 준비를 쉼 없이 이어간 기업들은 결국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찾아냈다.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비상(飛上)’을 준비한 자들만이 가능한 길이었다.
이익보다 철학
빠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철학을 중심에 둔 기업들은, 대체로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와 영향력을 넓혀간다. 국내 다큐멘터리 유통 플랫폼 ‘인디필름(IndiFilm)’은 초기엔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진짜 이야기의 힘"이라는 철학 아래 10년간 다양한 독립작품을 유통했다. 현재는 해외영화제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국내 영상교육 기관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스타트업 ‘오가닉미트(OrganicMeat)’는 육류 생산 과정에서의 윤리성을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동물복지와 탄소 배출 절감에 대한 철저한 기준을 고수했다. 초기엔 원가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았지만, 최근 ESG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벤처투자와 유통 제휴까지 이뤄내고 있다.
이익보다 철학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붕정만리(鵬程萬里)의 방향성을 스스로 설정한다는 뜻이다. 더 큰 시장, 더 깊은 신뢰는 결국 이러한 철학 위에서 자란다. 그리고 이는 언젠가 반드시 수익과 시장확장의 열매로 돌아온다.
붕정만리(鵬程萬里) 정신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기업가 정신
붕정만리(鵬程萬里)는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는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유효한 경영철학이자 전략이 될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화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 비전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를 준비를 한 이들만이 생존을 넘어 성공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기업들은 모두 공통된 특성을 공유한다. 크고 멀리 나는 꿈을 품었고, 위기 속에서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으며, 단기적 이익보다 깊은 철학과 방향성을 중심에 뒀다. 그 결과, 한때 무명에 불과했던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고,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지며,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분명하다. 붕새처럼 높이 날고, 구만리처럼 멀리 내다보는 비전을 품은 기업가 정신,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붕정만리(鵬程萬里)의 진짜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