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쓰는 나, 읽는 나: 내가 나를 이해하는 가장 솔직한 방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펜이 먼저 답하다
"나는 나를 안다고 믿었지만, 글을 쓰고서야 나를 읽기 시작했다."
이 말은 작가가 아니라 평범한 일기장 속 한 사람이 남긴 문장이다. 사람들은 늘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모습이나 친구의 평가, 심리테스트로는 결코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에 가장 가까운 것은 내가 쓴 글이다. 말은 즉흥적이지만, 글은 기록이고, 기록은 흔적이다. 그 흔적 속에서 우리는 내가 한 말, 하지 못한 말, 감추고 싶었던 마음까지 마주하게 된다.
글쓰기는 결국 자신과의 대화다.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더라도, 나만큼은 읽는다. 그 순간 글을 쓰는 나와 읽는 내가 공존한다. 그리고 두 자아 사이의 침묵과 속삭임이 글이라는 형식으로 실현된다. 글은 나를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나를 보여주기 위한 통로로 기능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가장 정직하게 바라보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행위다.
왜 우리는 글을 쓰며 자신을 발견하는가? — 언어와 자아의 은밀한 연결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이자, 언어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존재다. 내면에 있는 무형의 감정과 생각은 말로는 부정확하고 쉽게 흘러간다. 그러나 글은 다르다. 글은 '구체화된 생각'이며, 동시에 '언어화된 나 자신'이다.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의식을 끄집어내어 언어라는 형식 속에 안착시키는 작업이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언어와 의미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언어는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으며, 자아 역시 언어 속에서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된다. 이는 글쓰기가 단순한 표현 행위가 아닌, 자아를 언어로 구축해나가는 창조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글을 쓰는 행위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나조차 처음으로 인식하게 하는 '발견의 사건'이다.
"글이 곧 나다": 우리가 쓰는 문장이 나를 말해주는 순간
한 사람의 문장을 읽으면, 그의 기질과 인내, 감정의 결까지 보인다. 짧고 단호한 문장을 자주 쓰는 이는 명확함을 중시하고, 은유적이고 길게 서술하는 이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품는다. 글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나의 정신적 패턴과 감정의 파형을 반영하는 투명한 그릇이다.
SNS에 남긴 몇 줄의 글에서도, 우리는 '그 사람'을 읽는다. 댓글의 말투, 문장의 끝맺음, 마침표 하나에 담긴 거리감까지 모두 나를 드러낸다. 자기도 모르게 드러난 이 자아의 흔적은, 때로는 말보다 더 솔직하고 날 것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쓴 글이 낯설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건 글이 나를 대신해 진심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글쓰기, 거울이자 증언 — 내면의 자화상을 그리는 도구
글은 나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의 연구에 따르면, 표현적 글쓰기나 감정일지 등을 지속적으로 작성한 사람들은 자기 통찰력과 정신적 건강이 더 높았다.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정리하고, 감정을 언어화하며, 상처를 다시 해석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글쓰기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글쓰기는 자기 존재를 해명하려는 본능적인 행위이다. 고통스럽거나 부끄러웠던 과거를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때의 나'를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스스로를 다르게 규정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자아 편집' 작업이기도 하다.
읽는 나의 눈: 글을 통해 나를 다시 바라보는 자기 검열과 성장
우리는 흔히 글을 '쓸 때' 나를 마주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짜는 '읽을 때' 일어난다. 글을 쓴 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면 당혹스럽고 민망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건 왜 이렇게 썼을까? 그때 왜 이런 생각을 했지? 마치 지난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글을 읽는 '나'는 과거의 '나'를 평가하고, 거리두며, 때로는 위로한다. 글을 다시 읽는 과정은 자기 성찰이며 동시에 성장이다. 자신의 감정, 판단, 태도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힘. 그것이 글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이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진짜 나'와 가짜 자아 사이의 줄타기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글을 쓴다. SNS, 메시지, 이메일, 블로그, 댓글. 그러나 디지털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타인'이라는 독자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독자를 의식하는 순간, 글은 자칫 꾸며진 자아의 장식품이 된다.
인스타그램의 감성 캡션, 자기계발서 스타일의 블로그 글, 완벽하게 편집된 뉴스레터. 이 모든 글은 '보여주기 위한 나'를 구축한다. 물론 그것도 나의 일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가장 솔직한 나는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에 숨어 있다. 그 글은 나에게만 보여줄 용기만 있다면, 진짜 자아를 대면하게 해준다.
결론: 진짜 나를 찾고 싶다면, 오늘 한 줄이라도 써보라
글은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글은 '나'를 발굴한다.
우리는 글을 쓰며 자신을 만든다. 그리고 읽으면서 다시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글은 단지 텍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흔적이고, 정서이고, 역사이다. 자기 자신을 알고 싶은가? 심리테스트보다, 친구의 조언보다, 자기계발서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 오늘 밤, 아무도 보지 않는 글 한 줄을 써보는 것. 그 한 줄이 당신의 내면을 여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