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재난의 가치, 손해를 측정하는 전문가의 등장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농업 현장은 연일 피해 복구에 시달리고 있다. 태풍, 집중호우, 우박, 한파 등 자연의 변화는 농작물 수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들의 생계로 이어진다. 이때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손해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 보상을 산정하는 전문가가 있다.
바로 '손해평가사'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은 재해 발생 직후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피해를 면밀히 분석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손해평가사의 직무, 현장 사례, 자격 취득법, 그리고 미래 가능성까지 모두 살펴본다.

손해평가사는 어떤 일을 할까?
손해평가사는 주로 농작물 재해보험과 관련된 손해액 산정 및 평가 업무를 수행한다. 주된 업무는 피해 발생 현장을 방문하여 재해 유형, 피해 규모, 작물의 생육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따른 적정 보상금액을 산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숫자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지식, 기상 정보, 보험 제도에 대한 이해가 모두 요구된다.
특히, 손해평가사는 공공성과 객관성을 요구받는다. 실제 보험금 지급은 그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농업 외에도 임업, 축산업 등으로 활동 분야가 확장되고 있어, 단순히 농작물만 평가하던 역할에서 점차 다양한 산업의 피해를 분석하는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농작물 재해와 자연재해, 손해평가사의 현장 대응 사례
실제로 2023년 태풍 '카눈'이 남부지방을 강타했을 때, 전남 해남의 배 재배 농가 70% 이상이 낙과 피해를 입었다. 이때 손해평가사들은 하루 만에 현장에 도착해 수확 전후 상태를 기록하고, 낙과의 원인이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닌 자연재해임을 입증하기 위해 기상청 자료와 재배 이력까지 검토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강원도 홍천의 폭우 피해 현장이 있다. 당시 농지 유실과 벼 도복 피해가 심각했으며, 손해평가사들은 드론과 위성 이미지까지 동원하여 피해 면적을 정확히 산정했다. 이들은 단순히 피해 규모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민들의 인터뷰와 과거 이력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처럼 손해평가사는 재해가 터진 뒤 가장 먼저 현장을 누비는 숨은 구조자와 같은 존재로, 단순한 보험 업무가 아닌 공공안전의 일환으로 기능하고 있다.
자격 취득과 진로 전망… 손해평가사의 미래는?
손해평가사가 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손해평가사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시험은 1차(필기): 농업 관련 일반 지식과 재해보험법, 2차(실무): 평가 사례 분석 및 판정 실무로 구성된다. 시험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 합격률은 약 10% 내외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취득 후에는 손해평가 전문 법인, 손해보험사, 공공기관, 또는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할 수 있으며, 연간 수입은 평가 건수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도 가능하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농업 재산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손해평가사의 수요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손해평가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반 평가 시스템과의 연계 개발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기술과 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하이브리드형 손해평가사가 주목받고 있다.
재해 앞에서 가장 현실적인 조력자, 손해평가사의 공공적 가치
손해평가사는 단순한 기술직이 아니다. 이들은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겪는 위험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그 피해를 공정하게 수치로 환산해주는 ‘현대 사회의 리스크 컨트롤러’다. 농업인에게는 생계 보호자이고, 보험회사에는 신뢰의 지표이며, 국가에는 피해 통계를 제공하는 정책 수립자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지속적인 자연재해 속에서 손해평가사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역할을 더욱 체계화하고, 자격 기준을 고도화하며, 신뢰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농업 안정화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