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의 '열어구편(列禦寇篇)'에 나오는 '도룡지기(屠龍之技)'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놀라울 만큼 현실적인 교훈을 던진다. 용을 잡는 기술을 천금을 들여 익혔지만, 정작 용이 없는 세상에서 그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재주에 불과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종종 '쓸모 없는 기술'에 시간과 비용을 허비한다. 화려하고 보기 좋은 스펙, 사람의 눈을 끄는 디자인 기술, 신기술이라는 이름 아래 도입된 시스템들이 실제로는 조직 내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기술의 '아름다움'보다 '생존력', 다시 말해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에 주목할 때다.

입시, 취업, 이직, 창업. 우리는 늘 경쟁을 준비하며 '무기'를 찾는다. 이때 선택되는 것이 자격증, 외국어, 심지어는 최신 AI툴 교육이다. 그러나 이렇게 배운 기술들이 실제 업무에서 전혀 쓰이지 않거나, 너무 고도화되어 현실에서는 맞닿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어떤 개발자는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고급 기술을 습득했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인트라넷 유지보수나 고객 문의 대응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다. 또 다른 직장인은 3D 모델링을 배웠지만, 소속 기업의 구조상 그러한 기술을 활용할 일이 없다. 이러한 사례는 단지 개인의 시간 낭비를 넘어, 조직 차원에서도 인적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기술의 가치는 그것이 현실과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발현된다. 불필요한 기술은 ‘재주’이긴 하지만, ‘가치’는 아니다.
기술은 아름다움보다 생존력을 우선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은 그 자체로 미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용자 친화적이고, 시각적으로 매혹적인 디자인, 복잡하고 정교한 로직은 때론 기업의 브랜딩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이 실제로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며, 조직 내 협업을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전시용 이상이 되지 못한다.
‘아름다운 기술’은 박물관에 전시되는 예술작품처럼 감탄을 자아내지만, 현실에서는 쓸모가 없다. 진정 필요한 것은 위기 속에서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환경에서의 클라우드 협업 도구, 실시간 프로젝트 트래킹 시스템, 무인 자동화 시스템은 조직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로 부상했다.
기술의 본질은 '도구'다. 도구는 문제를 해결하고 생존을 가능케 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실제로 조직의 ‘고통 포인트’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지 취미에 불과하다.
‘쓸모 있는 기술’의 기준
기술의 실용성은 기업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의 한 목재가공 중소기업은 고가의 자동화 로봇 도입 대신, 단순한 사물인터넷 센서를 활용해 공정 효율을 30% 향상시켰다. 기술 자체는 고급스럽지 않지만, 목적에 적합했고 결과도 분명했다.
베트남의 지역 물류 스타트업은 고가의 AI 시스템 대신, 오픈소스 기반의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을 도입하여 배송 효율성을 높였다. 이는 작은 예산으로 높은 생산성을 이끈 사례다.
국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농업 스타트업은 스마트팜 기술 대신, 단순한 온도계와 토양 센서만으로 효율적인 작물 관리를 실현했다. 이는 복잡하고 화려한 기술이 아닌, 꼭 필요한 기술만을 선택한 결과다.
이러한 사례는 화려한 기술이 아닌, ‘지속 가능성과 목적 적합성’을 갖춘 기술이야말로 진정한 ‘실용 기술’임을 보여준다.
기술은 도룡지기처럼 허망해서는 안 된다. 배운 기술이 실제로 어디에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장식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생존 가능한 기술, 현장에 맞는 기술,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이 화려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가'다. 현실과 맞닿은 기술, 그것이 바로 생존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