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갑자기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7월 16일, 챗GPT(ChatGPT)가 세 시간 이상 작동을 멈추면서 수많은 기업과 사용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몸소 체험했다.
2022년 11월 등장 이후 생성형 AI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챗GPT는 주간 활성 사용자 수가 5억 명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월 20달러에서 200달러에 이르는 구독료를 기반으로 고객 지원, 콘텐츠 제작, 코딩 보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며,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장애는 이러한 신뢰에 큰 균열을 냈다. 장애 발생 당시 서비스 장애 탐지 사이트 '다운디텍터(DownDetector)'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의 88%가 접속 오류를 보고했다. OpenAI 측은 몇 시간 내 서비스를 복구하고 원인을 '연결기 연쇄 오류'라고 밝혔지만, 3시간 동안 증발해버린 생산성과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뉴욕의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책임자는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할 결과물을 작업하던 중이었는데, 수 주간 AI로 생성한 작업을 수동으로 재현해야 하는 혼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구독 취소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기업들이 AI 서비스의 안정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신호가 되고 있다.

전문가 진단: 혁신보다 중요한 '안정성'
스탠퍼드 대학의 기술 경제학자 리나 파텔(Lina Patel) 박사는 "AI는 이제 핵심 비즈니스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끊기는 인터넷 서비스를 신뢰할 수 없듯, 기업들은 AI 공급업체에도 99.9% 수준의 가동 시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최첨단 기능을 위해서라면 간헐적 오류를 용납했지만, 이제는 서비스 중단 자체가 계약 해지의 중요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링크드인(LinkedIn)이 500명의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심각한 서비스 중단을 겪으면 AI 공급업체를 교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하나의 플랫폼에 비즈니스의 명운이 종속될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답하며 이러한 집단적 불안감을 대변했다. 이로 인해 하이브리드 모델, 온프레미스(사내 구축형) 배포, 멀티 벤더 전략 등 'AI 다각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다각화'의 경제적 논리
물론 챗GPT가 가진 유창한 대화 능력과 방대한 플러그인 생태계는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OpenAI가 혁신을 지속하는 한, 많은 사용자는 가끔 발생하는 불편을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다각화 전략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1,000명의 분석가에게 사용자당 월 100달러를 지불한다면 연간 12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단 3시간의 장애만으로도 수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여러 공급업체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초기 비용은 더 들더라도 치명적인 다운타임에 대비하는 '보험'이 될 수 있다. 이는 이미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보편화된 '멀티 클라우드' 전략과 같은 논리다.

AI가 업무 흐름에 깊숙이 통합될수록, 새로움보다는 안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을 것이다. 가장 현명한 조직은 하나의 모델이 멈추면 다른 모델이 즉시 그 자리를 대체하는 'AI 페일오버(Failover)' 전략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특정 AI 플랫폼의 독주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아니면 치열한 경쟁이 오히려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까? 급변하는 AI 환경 속에서, 결국 ‘적응성’과 ‘회복탄력성’을 갖춘 조직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기술의 세계에서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이다. 모든 AI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여러 모델을 탐색하며 강점과 약점을 테스트하여 비즈니스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설계해야 한다. 오늘 당장 주력 솔루션과 함께 최소 하나의 대안 AI 도구를 시범 운영해보는 작은 발걸음이, 미래의 비즈니스를 지키는 가장 큰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