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중국 코앞 필리핀에 해군기지 구축..."남중국해 군사화 급가속"

토마스 암초 260km 팔라완에 전진기지 건설...마르코스 "중국 봉쇄" 전략 가속화

미국이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 인근 필리핀 팔라완주에 필리핀 해군용 선박 수리 및 정비시설 2곳을 건설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는 중국과 필리핀 간 최대 충돌 지점인 세컨드 토마스 암초(Second Thomas Shoal)에서 불과 260km 떨어진 곳으로, 미중 패권 경쟁이 남중국해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전략적 요충지 팔라완에 2개 시설 건설

주필리핀 미국 대사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미 해군이 팔라완주 서부의 오이스터 베이(Oyster Bay)와 퀘존(Quezon) 지역에 필리핀 군용 선박의 수리 및 정비를 위한 두 개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은 "이 프로젝트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회복력 있는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려는 양국 동맹의 목표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팔라완은 중국이 사실상 전체를 영유권 주장하는 남중국해와 마주하고 있으며, 필리핀군 서부사령부 본부가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세컨드 토마스 암초 보급 작전의 핵심 거점

특히 오이스터 베이 해군기지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는 작전의 핵심 거점이다. 이 기지는 필리핀 해군의 순찰함, 포함, 해병대 섬유유리 보트 및 남중국해에서 운용되는 보급 자산들의 본거지로, 세컨드 토마스 암초 같은 분쟁 해상 지형으로의 보급 임무를 포함해 마닐라의 남중국해 작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계약 웹사이트 샘닷고브(Sam.gov)에 따르면 퀘존 지역에 건설될 시설은 7.32미터(24피트) 수상함을 포함해 다양한 필리핀 선박에 대한 수리 및 정비 능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선박들과의 충돌에 연루된 강성 선체 고무보트(RHIB) 등 필리핀이 보유한 여러 소형 선박들의 정비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격렬한 충돌 지역

세컨드 토마스 암초는 스프래틀리 군도에 위치한 곳으로, 좌초된 해군 함정에 탑승한 소규모 필리핀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중국 선박들과의 충돌 현장이 되어왔다. 필리핀은 1999년 제2차 세계대전 시절 상륙함인 BRP 시에라 마드레호를 의도적으로 이곳에 좌초시켜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올해 6월 17일에는 이 지역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군의 강성 고무보트를 반복적으로 들이받고 탑승해 필리핀 해병대원 8명이 부상을 당하고, 한 명은 엄지손가락을 잃는 심각한 충돌이 발생했다.

미-필 방위협력 강화의 연장선

이번 시설 건설은 2014년 체결된 미-필 강화방위협력협정(EDCA)의 연장선상에 있다. EDCA는 미국이 필리핀 기지에서 순환 배치를 통해 병력을 주둔시키고 시설을 건설·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영구적인 군사기지 설치는 금지하고 있다.

현재 EDCA 하에서는 팔라완의 안토니오 바우티스타 공군기지, 팜팡가의 바사 공군기지, 누에바 에시하의 포트 막사이사이, 세부의 베니토 에부엔 공군기지, 카가얀 데 오로의 룸비아 공군기지 등 5곳이 지정되어 있으며, 2023년에는 4곳이 추가되어 총 9곳으로 확대됐다.

필리핀의 대중국 강경 노선 전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2022년 취임한 이후 필리핀은 중국에 융화적이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책에서 벗어나 대중국 강경 노선으로 전환했다. 마르코스 행정부의 투명성 접근법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중국 경사 정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교의 군사분석가인 로멜 주드 옹 전 필리핀 제독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시설들이 "RHIB용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점령된 지형의 재보급에 사용되는 소형 고무보트용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HIB는 "Rigid Hull Inflatable Boat"의 줄임말로, 한국어로는 "강성 선체 고무보트" 또는 "경성 선체 팽창식 보트"

중국의 반발과 지역 안보 우려

중국 관계자들은 이번 계획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베이징은 남중국해의 거의 전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2016년 헤이그 국제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도 이 분주한 해상 항로에서의 오랜 영토 분쟁에 연루되어 있으며, 이 지역은 미중 지역 패권 경쟁의 핵심 충돌점이 되고 있다.

 

[분석] 남중국해 군사화 가속화와 지역 안보 딜레마

미국의 필리핀 내 해군시설 건설 발표는 남중국해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화 경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지역 세력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첫째,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다. 중국이 군사적 충돌 없이 기정사실을 만들어가는 회색지대 전술을 구사하는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은 실질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이스터 베이 기지의 업그레이드는 세컨드 토마스 암초 같은 최전선 거점으로의 신속한 보급 및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무인 시스템 운용 능력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제공한 무인 수상함들이 오이스터 베이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시설은 무인 수상함 지원 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남중국해에서의 감시 및 정찰 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셋째, 필리핀의 전략적 가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EDCA 확대와 함께 이번 시설 구축은 필리핀이 단순한 동맹국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팔라완의 지정학적 위치는 남중국해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거점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넷째, 중국의 대응 전략 변화 가능성이다.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 확대에 직면한 중국이 더욱 공격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은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서의 충돌 강도를 높여왔으며, 새로운 시설 구축으로 인해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

다섯째, 역내 동맹 체계의 진화도 주목할 점이다. 미-필 양자 협력을 넘어 미-일-호주-필리핀 간 다자 협력 체계가 구축되고 있으며, 이번 시설은 이러한 다자 안보 네트워크의 물리적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을 보면,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필리핀의 협력 강화가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동시에 중국의 더욱 강경한 대응을 촉발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대만 유사시 상황에서 이러한 시설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지역 안보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필리핀이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서게 되면서, 마닐라는 국가 이익과 지역 안정 사이에서 더욱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시설 구축은 남중국해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21세기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무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 할 수 있다.

[글로벌다이렉트뉴스=유미나]

작성 2025.07.17 06:48 수정 2025.07.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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