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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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2025년 7월 16일 국회의정연수원에서 열린 박동명 교수의 ‘지방의회 정책지원관과정(2차)’ 강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박동명 교수는 해당 교육에서 전국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및 공무원 70여 명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 이론과 실제'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사기법과 의원 브랜딩 전략까지 폭넓은 내용을 강의하였다. 본 칼럼은 그 강의의 주요 논점과 함께, 변화하는 의정환경 속에서 지방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날 지방의회는 단순히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수행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정책으로 설계하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의 도입이 있다.
필자는 이번 연수 강의에서 생성형 AI의 실전적 활용 사례를 제시하며, ChatGPT·Claude·Perplexity·NotebookLM 등의 도구가 어떻게 의정현장을 바꾸어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수백 건에 이르는 과거 회의록과 예산서를 단시간 내에 요약하고 쟁점을 도출하는 기능, 피감기관의 답변을 예측하고 질의서를 사전 구성하는 기술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일부 지방의원들은 인공지능을 보좌관처럼 활용하여 질문지를 만들고, 조례 제안서 초안을 구성하고 있으며, 정책자료를 전략적으로 가공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특히 필자는 이번 강의에서 ‘의원의 브랜딩 전략’이라는 주제를 AI와 결합하여 강조하였다. 과거에는 정치인의 평판과 이미지를 ‘언론’과 ‘지역 인맥’이 주도했다. 지역 신문에 나간 인터뷰 한 줄, 단체장과 함께 찍힌 사진 한 장이 정치인의 인상을 좌우했다. 그러나 오늘날 유권자는 전혀 다른 채널을 통해 의원을 판단한다. 의원의 SNS 게시물, 유튜브 발언, 블로그 콘텐츠,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등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정치인 박람회장’의 입구가 된 것이다.
이제는 의원 개인도 철저한 ‘전략적 브랜딩 작업’이 필요하며, 그 중심 도구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ChatGPT로 의정보고서를 자동 생성하고, Claude로 언론기고문을 요약하며, Perplexity를 통해 타 지자체의 우수 사례를 즉시 비교 분석하는 능력은 곧 의원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들고, 유권자에게 신뢰와 전문성으로 다가가는 통로가 된다.
브랜딩은 더 이상 기업만의 전략이 아니다. 정치는 이미지의 예술이며, 지방의회 의원은 지역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스토리와 철학을 설득력 있게 연출할 필요가 있다. 지역구민에게 ‘당신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도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바로 그러한 정치적 기획을 도울 수 있는 최고의 조력자다.
AI는 단순히 질문을 잘 받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통찰’을 지원하는 구조다. 필자는 강의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지방의회는 곧 플랫폼이다. 의원은 그 플랫폼 위에 콘텐츠를 구축해야 한다. 콘텐츠 없는 정치인은 시대를 이끌 수 없으며, 그 콘텐츠는 이제 데이터와 AI로부터 만들어진다.”
지방의회의 미래는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다. 시민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행정자료는 방대해지며,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 정밀한 설명을 요구한다. 이런 시대에 의정활동은 더 이상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설계하고 해석하며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능력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동반자와의 협력이다.
의정활동은 곧 ‘브랜딩’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은 자신만의 정책철학과 문제의식을 지역 주민에게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과정은 기술적으로도 정교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AI는 감성적 진정성과 기술적 정밀성을 함께 구현해 줄 수 있는 도구이며, 지방의회 의원의 ‘정치적 설계’를 완성해 줄 강력한 파트너이다.
이제는 지방의회도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데이터에 기초하고, 알고리즘과 함께 고민하며, 지역주민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AI 기반의 실질적 의회민주주의’가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방의회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브랜딩 전략이 존재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진화하는 순간, 그 정치의 중심에도 기술이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의원 개인의 철학과 만나, 지역과 주민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혁신의 물결이 된다.
박동명 / 법학박사
·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 대한케어복지학회 회장
·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