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다이렉트뉴스=편집국] 영국 정부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적대국의 사이버 공격과 '그레이존(grey-zone)' 전술에 대해 전례 없는 수준의 경고를 발령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선전 활동에서 분명히 드러나듯 영국은 이제 러시아 사이버 공격의 1순위 대상"이라며 "제3차 세계대전 준비가 필요한 수준의 첨단 방어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이버 공격 급증, 국가적 위기 상황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처리된 사이버 사고는 1,95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89건은 국가적 수준의 심각 사건으로 분류돼 전년 대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MI5와 NCSC 책임자 리차드 혼은 "해킹 공격이 단순한 온라인 위협을 넘어 거리에서의 물리적 위협과 직결되고 있다"며 그레이존 공격의 현실화를 경고했다. 이는 평시와 전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새로운 전쟁 양상으로 분석된다.
해저 케이블, 더 이상 안전지대 아냐
국방장관 루크 폴라드는 해저 케이블의 취약성에 대해 특별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해저 케이블이 이전처럼 수심만으로 안전하지 않으며, 전쟁 시 절단 또는 교란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연결된 주요 해저 케이블은 약 60개에 달하며,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과 금융 흐름의 99%를 담당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연구기관(CSRI) 보고서는 2021년부터 2025년 4월까지 12건의 케이블 교란 사례를 분석하며, 이 중 8건이 중국·러시아 관련 섀도우 플릿 함정과 연루됐다고 밝혔다.
'그레이존 전쟁' 일상화 현실
영국 의회 국방위원회는 화재, 사이버 공격, 스파이 행위를 포괄하는 '그레이존 전쟁'을 공식 인정하고 "국민과 사회 기반 시설을 겨냥한 일상적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런던의 우크라이나 지원 물자 보관소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도 바그너 그룹 연계 용의자들의 소행으로 드러나며, 그레이존 공격의 구체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 차원 대응 체계 재정비
영국 정부는 이미 '국가사이버부대(National Cyber Force)' 설립과 해저 케이블 방어 강화, 나토 전략 검토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MI5, NCSC, 국방부는 해저·사이버·정보전을 아우르는 '디지털 안보 전쟁' 개념으로 방어 체제를 재정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협이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평시와 전시를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보·사이버·물리적 위협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여 국민의 일상과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복합 위협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국 정부는 미국, EU, 일본 등 동맹국과의 국제적 연대 기반 감시·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며, 전통 전력과 병행한 해저·사이버·AI 기반의 복합 대응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세기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영국이 직면한 현실은 전통적인 군사 충돌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적대국들이 구사하는 '그레이존 전쟁'은 평시와 전시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며, 국가 안보의 새로운 취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첫째, 복합 위협의 일상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사이버 공격, 해저 케이블 교란, 방화 등이 개별적 사건이 아닌 하나의 통합된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일상생활부터 국가 기반 시설까지 전방위적으로 위협하는 새로운 전쟁 양상을 보여준다.
둘째, 방어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기존의 군사적 방어 체계로는 사이버 공간과 해저 인프라를 동시에 보호하기 어렵다. 특히 해저 케이블의 경우 물리적 특성상 완전한 보호가 불가능하며, 사이버 공격은 국경을 초월한 즉시성을 갖고 있다.
셋째, 국제 협력의 필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위협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도전이다. 단독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이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넷째, 전략적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전통적인 억제력 개념을 넘어 예방, 탐지, 대응, 복구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해결책을 넘어 사회 전체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영국의 사례는 21세기 안보 환경에서 국가들이 직면할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연결성과 효율성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취약점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 역시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