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삶의 연가(戀歌)'
삶의 연가(戀歌)
1. 섬돌
마루 앞 섬돌이 하도 높아
이마 방아를 수없이 찧었다.
내 이마에 훈장 같은 흉터를 남긴
댓돌.
그 주변에 수북이 자란 풀 섶에
개미 떼가 줄지어 오가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비에 기어 나왔다가
납작한 사체가 된
지렁이를 떠메고 가고 있다.
2. 나팔꽃
앞마당 텃밭에 옥수수 키 따라
나팔꽃 송이송이 뚜 뚜 뚜 피었다.
수염 마른 옥수수를 꺾지 못하게 막은
나팔꽃.
그 자리는 이미 시멘트 콘크리트로
겹겹이 포장되었다.
아련한 옛날이 스멀스멀 겹쳐지고
함박웃음 귀에 걸고 뛰놀던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있다.
3. 봉창
서산에 해는 이미 넘어가고
봉창에 달빛 아롱거리고 있다.
어두운 밤이 오면 달빛 섬광, 광란(狂亂)의
봉창(封窓).
천지간 만물이 조율해 온 산천초목이
그 모습 음성 율동 다 담아내고 있다.
저 위대한 대자연의 오케스트라,
달빛 향연이 닫혔던 마음을 연다.
아, 그 심오한 때가 오래오래 그립다.
4. 소방학교
생사가 교차하는 찰나의 갈림길,
재난 대응인 양성하는 소방학교가 있다.
숭고한 희생 봉사 그 으뜸 열정의
소방학교(消防學校).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루 25시를 초월해
온몸이 부서지도록 뛰면서 가르쳤다.
그래도 그때의 고민 성찰은
완벽하진 못했어도 열정이었다.
나와의 분명한 약속 실천이었다.
5. 재난안전교육
안전은 비등석처럼 춤추는 게 아니라
안전은 스펀지처럼 서서히 스미는 것이다.
낯익은 것과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재난안전교육(災難安全敎育).
안전교육 전문강사, 소방안전컨설턴트로
살아 온 내 여정은 클래식이다.
살면서 안전 제일 배려 존중 신뢰는
백야처럼 밝아오는 여명의 샛별이다.
비 갠 뒤 산뜻한 해맑은 햇살이다.
6. 농사
농사는 손쉬운 것이 결코 아니다.
적어도 자신을 성찰 고민하는 수양이다.
늘 관심 열정 배려 인내를 그 밑거름으로 한
농사(農事).
때맞춰 살피고 지켜보는 웃거름을 동행해야만
시작과 끝이 보이고 결실을 거둔다.
오래전부터 아버지 흉내 낸 농사인데도
나는 아직 반복해서 배우는 왕 초보자다.
아직도 힘주어 말하지 못하는 초보 일꾼이다.
한정찬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7권, 시전집 2권, 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충남도문화상 외
□ 행정안전부 안전교육전문인력(화재안전, 자연재난안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소방안전컨설턴트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