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 정지혜 교수(생명과학특성학과), 한정수 교수(생명과학특성학과), 박호용 교수(KU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스트레스 회복력(resilience)에 영향을 미치는 뇌 속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상위 9%에 해당하는 국제 학술지 'Progress in Neurobiology'에 지난 6월 25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FKBP5가 뇌 해마의 시냅스 기능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전을 규명했다. FKBP5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수용체를 조절하는 단백질로, 유전적 변이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며 정신질환 위험도와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FKBP5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FKBP5 KO)의 뇌를 분석한 결과,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해마(hippocampus) 부위에서 시냅스가 강화되는 과정(LTP)은 정상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시냅스가 약화되는 과정(LTD)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마 시냅스의 강화(LTP)와 약화(LTD)는 뇌의 유연성을 나타내는 가소성(plasticity)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정보 처리, 학습, 기억 등에 필수적인 신경 반응이다.
FKBP5 유전자가 제거된 동물 모델에서 가장 두드러진 행동적 특징은 스트레스에 대한 높은 회복탄력성이었다. 이 생쥐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우울 행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FKBP5 유전자의 단일 염기 변형(SNP) 타입에 따라 사람의 스트레스 반응 차이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존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연구 결과, 세포 내 신호 전달에 중요한 탈인산화효소인 칼시뉴린(calcineurin)이 FKBP5가 결핍된 생쥐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었으며, 이 과도한 활성화가 LTD 손상의 원인으로 작용함이 밝혀졌다. 실제로 칼시뉴린 활성을 억제하자 FKBP5 결핍 마우스에서도 LTD 기능이 회복되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FKBP5가 제거된 생쥐는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도 LTD 기능에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이나 후 모두에서 해마의 신경생리학적 반응에 차이가 없었음을 의미하며, FKBP5 결핍이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조절한다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FKBP5가 칼시뉴린의 활성을 통해 특정 단백질의 인산화 정도를 조절하여 시냅스 약화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그 결과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는 FKBP5가 단순한 스트레스 반응 단백질을 넘어 뇌의 유연한 적응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분자 조절자로 기능함을 시사한다.
정지혜 교수는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를 뇌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연구”라며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실질적인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 과제와 뇌 원천 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건국대 장승재 박사가 제1저자로, 정지혜 교수가 교신저자로서 연구를 총괄했고, 전용재 박사와 한정수·박호용 교수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