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피서’가 뜨는 시대, 바캉스의 개념이 바뀌다
더 이상 피서는 먼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5년 여름,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물놀이장들이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줄, 아이들의 환호성, 그리고 햇살 아래 물방울이 튀는 소리는 이제 도심 풍경의 일부분이 되었다.
예전에는 자연을 찾아가는 여정이 피서였다면, 지금은 '접근성과 실속'을 중시한 ‘도심 피서’가 대세다. 특히 수도권과 광역시에 조성된 도심형 물놀이장은 가족 단위 이용객의 여름 휴가지로 각광받으며 피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물가 상승과 국제유가 불안정은 2025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박 2일 지방 여행도 한 가족당 50만 원 이상이 드는 상황에서, 도심형 물놀이장은 ‘가성비 피서지’로 급부상했다.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저렴하고,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 가능한 것이 큰 강점이다.
게다가 거리상 부담이 없기 때문에 당일치기 혹은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피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숙박이나 긴 이동이 불필요해 체력적으로 훨씬 부담이 적다. 서울, 인천, 수원, 대구, 부산 등 주요 도시에 조성된 물놀이장은 ‘한여름 가족의 일상형 피서’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여름휴가 트렌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심 물놀이장은 단순히 ‘아이들만의 놀이터’가 아니다. 최근 트렌드는 모든 연령층을 포괄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얕은 풀장과 워터 슬라이드,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깊은 풀과 유수풀, 부모들을 위한 그늘막과 편의 시설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히 물놀이를 넘어, 하루 종일 머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일부 지자체는 푸드트럭, 무대공연, 마켓 행사까지 결합한 ‘도심 여름 페스티벌’ 형식으로 물놀이장을 운영하며, 피서지 이상의 문화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닌 ‘지역 내에서의 여름 휴가’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심 물놀이장이 단기간에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크다. 각 지자체는 시민 여름 피서를 위한 복지 차원에서 다양한 시설을 무료 개방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응급 의료진 상주, 수상안전요원 배치, 스마트 안전 시스템 도입 등 안전성도 강화되었다.
또한 대중교통과 연계된 입지 선정은 접근성을 극대화했고, 주차 편의성, 주변 공원과의 연계성 등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전략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비용, 이동성, 안전이라는 세 요소를 모두 갖춘 도심형 피서지는 기존의 피서 문화를 뒤바꾸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는 ‘간이 수영장’ 정도로 여겨졌던 도심 물놀이장이 이제는 ‘여름휴가의 정석’이 되었다. 단순히 가까워서가 아니라, 경제성과 안전, 가족 친화적인 구성, 문화 요소까지 더해진 진정한 복합 피서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단지 피서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여름철 복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기후변화와 물가 불안 속에서, 도심 속에서 시원함과 여유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더욱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멀리 갈 필요 없다’는 말이 이제는 여름 피서의 정답이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