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찾아올 무렵 가까이에 있는 조그마한 호수에서 “음∼메”, “음∼메”하며 황소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에 사람들은 호수에 황소 귀신이 사는 줄 알았다고 한다. 낚시꾼은 낚시 끝에서 당기는 힘이 세서 월척(越尺) 하는 줄 알고 기분 좋게 끌어 올렸는데, 낚시 끝에는 붕어 대신 냄비 뚜껑만 한 개구리가 걸려 있다. 바로 황소개구리였다.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가 배고프던 시절에 단백질이라도 보충하라고 외국에서 수입해 온 동물이다. 이 무렵 같은 용도로 들여온 동물이 ‘큰입베스’와 ‘불루길’이란 민물고기가 있다. 아마 그 당시 먹을거리가 모자라 단백질이라도 보충하라는 국민을 배려하는 마음만은 고맙기 그지없다.
하지만 외래 어종들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이만저만 고생이 많았을 것이나 이제는 토종의 씨를 말리는 폭군이 되었다. 즉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이요, 살아남으면 ‘폭군’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어종들이 산란기가 되어 알이라도 낳아 놓으면 먹어 치우고, 어렵게 알에서 깨어난 어린 물고기까지 잡아먹는다.
우리나라의 고유종을 잡아먹어 물고기와 개구리 등 많은 수의 생물의 수가 줄어들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한때는 황소개구리 포획(捕獲) 행사를 실시하여 퇴치행사도 하였지만, 현재는 너구리, 뱀, 왜가리, 두꺼비, 가물치, 메기 등 천적이 있고, 서식지가 파괴되어 황소개구리의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겨울잠을 깬 황소개구리를 두꺼비 수컷이 두꺼비 암컷으로 착각하여 포접(抱接)으로 질식사시켜 천적 역할을 하고 있다.
담수호에서 어업(漁業)을 하는 어부들도 우리 고유 어종인 ‘참붕어’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관상용으로 외국에서 들여와 집에서 키우다가 버려지는 ‘열대 어종’이나 ‘붉은귀거북’ 등도 생태계를 교란(攪亂)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살생행위(殺生行爲)이다. 천적이 없고 번식력도 왕성하여 개체 수도 부쩍 늘어난다.
또한 이들 외래어종이 주로 서식하는 곳은 물의 흐름이 적거나 정지(停止)되어 있는 담수호(淡水湖) 등이다. 고인 물에 사는 토종 어종은 외래어종이 침입하여 들어와도 저항 한번 못하고, 인심이 넉넉한 아저씨처럼 안방까지 내어준다. 아마 흐르는 물에서는 외래어종들이 적응하기가 어려워서 그러는지도 모르겠지만, 외래어종이 발견되는 곳은 계속 흐르는 물보다는 담수호 등 흐름이 정지되어 있거나 고인 물에서 많이 발견된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래서 승자 쪽에는 용맹스럽고 아름다운 찬사가 기록되는 반면, 패배자 쪽에는 가혹할 만큼 비열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기록이라도 남으면 다행이고, 아예 패배자의 역사와 문화가 처절하게 파괴하여 버리고 인종의 씨앗까지 말살되기도 한다. 나라가 망하고 세계 곳곳을 지금도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민족의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듣곤 한다.
또한, 정착민(定着民)에 비해 유목민이 더 공격적(攻擊的)이다. 정착민은 현실에 안주하는 습성이 강하고, 유목민(遊牧民)은 목축을 업으로 삼아 물과 초목을 따라 이동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남보다 더 공격적이다. 아마 몽골 민족이 한때 세계를 정복했던 것도 유목민이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역사에 비유한다면 외래어종은 유목민이고, 토종 어종은 정착민이다. 나중에는 이들 외래어종이 안방을 차지하고 토종 행세를 할 날들이 올 수도 있지만 자기들의 개체 수만 늘어나고 다른 어종들은 개체 수가 줄어들거나 소멸되어 생태계의 균형을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또한 토종들은 오랜 세월 우리와 같이 살아오면서 역사와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고통을 받을 때 토종들도 같은 고통을 겪었다. 백두산 호랑이도, 반달곰도 보고 싶고, 그리운 것은, 이 땅에서 우리 역사와 동고동락(同苦同樂)을 같이 했던 정(情) 때문일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고인 물, 그것은 사회의 정체이며, 외래종처럼 강한 외부 자극에 쉽게 잠식당하는 공간이다. 외래어종의 문제는 단지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고유한 생명과 질서,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瓦也 정유순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저서 <정유순의 세상걷기>,
<강 따라 물 따라>(신간)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