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자본 흐름이 명확한 2단계 패턴을 보이며 진화하고 있다. 첫 번째 흐름은 AI 시대의 동력이 될 엔진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 기술 투자’ 단계이며, 두 번째는 완성된 엔진을 특정 산업에 적용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산업별 특화’ 단계다.
첫 번째 흐름에서는 반도체 칩,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 인력과 같은 무형 자산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이는 미래 애플리케이션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며 관련 유형자산이 단 1년 만에 4% 증가하는 등 AI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는 클라우드 기반의 대규모 모델 훈련부터 엣지 컴퓨팅 프레임워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고 있다.
두 번째 흐름은 ‘산업별 수직적 혁신’이다. 잘 구축된 AI 엔진을 정밀성, 규제 준수, 확장성이 요구되는 전문 시장에 도입하는 단계다. 대표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2025년 상반기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유치한 64억 달러 중 62%가 AI 기반 진단, 업무 자동화, 예측 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항공 업계에서는 유나이티드 항공 벤처스가 주도한 2,500만 달러 투자 라운드를 통해 음성 AI 전문 기업이 조종실 및 객실 통신 내용을 분석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두바이에 본사를 둔 한 딥테크 유니콘은 AI 센서를 내장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을 위해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2단계 동력은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인프라 투자는 특정 산업 분야 혁신가들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성공적인 산업 적용 사례는 다시 차세대 핵심 AI 플랫폼의 기술적 타당성을 입증하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연한 기반 기술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특정 산업에 맞는 솔루션을 신속하게 맞춤화할 수 있는, 즉 두 단계를 모두 아우르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이 두 가지 흐름 전반에 걸쳐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차세대 프로세서나 데이터 오케스트레이션 도구와 같은 기반 기술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이와 병행하여 헬스케어, 금융, 모빌리티 등 특정 분야에서 시범 프로젝트에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투자 수익 실현을 앞당기고 AI 분야 전반의 투자 리스크를 완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