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 1억 돌파! 그런데 왜 직원 월급 줄 돈이 없지?"
믿기 어려운 이야기 같지만, 창업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장부상으로는 분명 이익이 나고 있는데, 막상 결제일이 다가오면 통장이 텅 비어있는 아찔한 상황. 우리는 이것을 '흑자도산'이라 부릅니다. 멀쩡히 잘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연료 부족으로 길 한복판에 멈춰서는 것과 같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아이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 '현금'이 말라서 사라집니다.
흑자도산은 창업가에게 가장 치명적인 함정입니다. '매출'과 '이익'이라는 숫자의 환상에 빠져, 내 사업의 생명줄인 '현금'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모든 사장님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이 무서운 함정을 피하고, 내 통장에 돈이 마르지 않게 하는, 즉 '현금 흐름'을 관리하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익'과 '현금'은 왜 다를까? 구멍 난 물통의 비유
회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익'이 곧 '현금'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현금흐름 관리의 첫걸음입니다. 당신의 사업을 '물통'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물통에 채워지는 물이 '매출'이고, 물통 바닥에 구멍으로 새어 나가는 물이 '비용'이며, 그 결과 물통에 남은 물의 높이가 '이익'입니다. 그리고 물통에 '실제로 들어와 고여 있는 물의 양'이 바로 '현금'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박 대표는 한 달간 1천만 원어치의 옷을 팔았고, 옷의 원가는 600만 원이었습니다. 장부상 이익은 400만 원(1000-600)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 외상매출(받을 돈): 매출 1천만 원 중 500만 원은 카드 결제라 카드사로부터 다음 달 말에나 돈이 들어옵니다. 물통에 물이 들어오기로 약속만 된 상태지,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입니다.
- 재고자산(묶인 돈): 다음 시즌을 대비해 300만 원어치 신상품을 미리 사서 창고에 쌓아두었습니다. 이 300만 원은 '옷'이라는 형태로 묶여 있을 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닙니다.
- 운영비용(나갈 돈): 이번 달에 사무실 월세 100만 원, 직원 월급 200만 원, 광고비 100만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정리해볼까요? 장부상 이익은 400만 원이지만, 실제로 이번 달에 통장에 들어온 현금은 200만 원(현금 판매 500만 원 - 재고 매입 300만 원)뿐입니다. 그런데 당장 나가야 할 현금은 400만 원(월세+월급+광고비)입니다. 결과적으로 200만 원의 현금이 부족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이익은 있는데 돈은 없는' 흑자도산의 메커니즘입니다.
[판단 기준] 내 사업의 혈액순환, 현금흐름을 진단하는 3가지 질문
복잡한 현금흐름표를 통째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다음 3가지 질문에 답하며 내 사업의 '혈액 순환'이 원활한지 스스로 진단해 보세요. 매달 말, 딱 10분만 투자해서 점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1. 돈은 주로 어디서 들어오는가? (영업/투자/재무 활동)
가장 건강한 현금흐름은 '영업 활동', 즉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입니다. 만약 이번 달 현금의 주된 유입이 영업이 아닌 대출(재무 활동)이나 투자(투자 활동)라면, 이는 수혈에 의존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내 통장에 돈을 꽂아주는 주된 원천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흐름이 지속 가능한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2. 돈은 주로 어디로 나가는가? (매입, 비용, 투자)
가장 큰 지출 항목은 무엇인가요? 원재료 매입, 광고비, 인건비, 임대료 등 돈이 빠져나가는 구멍들을 금액 순으로 나열해 보세요. 특히, 돈이 들어오는 시점(수금 주기)과 나가는 시점(지급 주기)의 간극이 크다면 위험 신호입니다. 예를 들어, 물건 값은 60일 뒤에 받는데, 재료비는 30일마다 줘야 한다면 그 차액을 메꿀 현금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3. 그래서, 통장에 돈이 늘고 있는가, 줄고 있는가?
가장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월초와 월말의 통장 잔고를 비교해 보세요. 매출이 아무리 올라도 최종 잔액이 계속 줄어든다면, 어딘가에 심각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최소 3~6개월 치의 고정비(월세, 인건비 등)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을 '비상 예비비'로 확보하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3가지 액션 아이템
현금흐름에 문제가 감지되었다면, 즉시 응급처치에 나서야 합니다.
1. 결제 주기 단축 및 연장 협상: 고객에게 대금을 받는 시점은 최대한 앞당기고(ex. 선결제 시 할인 혜택),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은 최대한 늦추는 협상을 시도해 보세요. 단 며칠의 차이가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습니다.
2. 전략적인 재고 관리: '언젠가 팔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재고를 쌓아두는 것은 현금을 창고에 가두는 것과 같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에 집중하고(ABC 분석), 악성 재고는 과감히 할인해서라도 현금으로 바꾸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3. 불필요한 고정비 점검: 사업 초기에 무리해서 얻은 넓은 사무실, 비싼 장비 렌탈료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세요. 작은 누수가 댐을 무너뜨립니다.
사업의 성공은 결국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려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이익'이라는 허상이 아닌, 통장에 흐르는 '현금'에서 나옵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사업의 생명줄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