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지의 영화 리터러시>영화는 영화를 구원할 수 있을까?

-빅토르 에리세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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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는다. 거실의 TV는 점점 커지고, OTT는 월 구독료만으로 신작과 고전을 넘나든다. 30초에서 길어야 2분짜리 유튜브 쇼츠가 시청의 표준이 되어 가는 시대. 어두운 상영관에 앉아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두 시간짜리 영화의 여정을 떠나는 일은, 이제 마치 턴테이블 위에 LP를 얹는 고전적인 행위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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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만들어진다. 영화의 종말이 자주 언급되는 이 시기에, 무려 31년간 침묵했던 스페인의 거장 빅토르 에리세가 <클로즈 유어 아이즈>로 돌아왔다.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는 조용히 선언한다. 그는 단 세 편의 영화로 거장의 자리에 올라선 감독이다. 프랑코 정권 휘하에서 억압적 시대를 환상적으로 다룬 문제의 데뷔작 <벌집의 정령>, 비운의 미완성작 <남쪽>, 한 화가에 대한 아름다운 다큐멘터리 <햇빛 속 모과나무>를 만들었던 그는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그는 전설이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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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30여 년 만에 꺼내든 이 영화는, 자신이 영화를 만들지 못했던 기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두 번째 작품인 <남쪽>이 미완성이었던 것처럼 <클로즈 유어 아이즈> 속 영화인 <작별의 눈빛>은 주연배우의 실종으로 완성되지 못한 작품이다. 세월이 흘러, 한 TV 프로그램이 미결 사건으로 그 실종을 다시 조명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주연배우 훌리오의 행방이 드러나고, 기억을 잃은 그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 펼쳐진다. <벌집의 정령>에서 똘망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홀렸던 안나 토렌트가 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딸로 등장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영화 속 영화인 <작별의 눈빛> 역시 유대인 귀족이 잃어버린 딸을 찾는 내용이다. 감독인 미겔은 친구이자 배우인 훌리오를 찾으려고 하고, 훌리오의 딸은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으려고 하고, 유대인 귀족은 중국인 딸을 찾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빅토르 에리세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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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문을 닫은 극장을 빌려 <작별의 눈빛>을 상영하는 장면은 <시네마 천국>의 클라이맥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나는 <클로즈 유어 아이즈>를 보고 나서 영화 속 영화인 <작별의 눈빛>의 완성작을 보고 싶어졌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중국에서 귀족의 딸을 찾아다니는 장면이 미겔이 친구이자 주연배우였던 훌리오를 찾아다니는 장면과 겹치기 때문이다. 결국 유대인 귀족은 딸을 찾고 나서 숨을 거둔다. 어쩌면 우리는 극장에서 숨을 거두고 있는 영화를 관람한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구원하는 건 기록으로 남는 영화 그 자체이다. <작별의 눈빛>은 눈을 감기 전 마지막 기억으로 남을지라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빅토르 에리세가 이 영화를 완성하고 남겨서 찾으려고 했던 그의 메시지이며, 3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유일 것이다.


**K People Focus 모하지 칼럼니스트** (mossisle@gmail.com)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희망의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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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7.07 19:03 수정 2025.07.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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