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의 핵심 화두는 인공지능(AI)의 '규모 확장(Scaling)'이다. 단순히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전사적 차원으로 AI를 신속하게 적용하면서도 데이터 거버넌스, 임직원의 수용성, 그리고 고객과 투자자의 신뢰를 어떻게 조화롭게 확보할 것인가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 기대감과 현실의 간극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 S&P 500 지수 내 AI 관련 기술주는 엔비디아,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도로 23% 급등하며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폭발적 수요를 증명했다.
하지만 모든 빅테크 기업이 이러한 상승세에 편승한 것은 아니다. 애플의 주가는 고점 대비 18% 하락했는데, 이는 팀 쿡 CEO가 강조하는 '신뢰' 기반의 차별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애플은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통한 개인정보 보호와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속도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뢰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전사적 확산'의 빛과 그림자
글로벌 금융기업 바클레이즈(Barclays)의 사례는 AI의 전사적 확산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올여름 10만 명의 직원에게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일괄 도입하기로 한 결정은 단일 벤더 AI 솔루션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기록된다. 준법 감시부터 고객 리서치에 이르는 일상 업무에 코파일럿을 통합함으로써 글로벌 운영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규모 확장은 체계적인 변화 관리 전략을 전제로 한다. 명확한 직무 역량 향상(업스킬링) 프로그램, AI 프롬프트에 대한 보안 검증, 그리고 투자 대비 수익률(ROI)에 대한 지속적인 측정이 병행되어야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데이터 주권'과 '인재 전환'이라는 새 화두
AI는 이미 현업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 ING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일상 업무에 AI 도구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일상적인 협업 도구로 인식되는 문화적 전환을 시사한다.
동시에, 응답자의 41%는 잠재적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를, 40%는 사회적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는 투명한 소통과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윤리적 AI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AI 경쟁의 근간에는 '데이터 주권'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AI 학습을 위한 방대한 데이터셋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데이터가 새로운 전략 자원임을 방증한다. 양질의 데이터를 통제하는 국가나 기업이 장기적인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서방 기업과 규제 당국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가 간 데이터 이동 문제로 고심하고 있어, 기술 파트너십과 개방형 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AI가 연구실을 떠나 산업 현장으로 본격 확산되는 현시점에서, 기업 리더들은 다차원적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신속한 도입과 체계적인 거버넌스 및 보안 정책의 균형을 맞추고, 기술 투자만큼 인재 양성과 변화 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혁신을 추구하되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여 고객과 주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독점 데이터셋 확보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통해 견고한 '데이터 해자(Data Moat)'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