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과연 관리할 수 있는가?" 이는 현대 기업의 리더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간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임직원들이 공식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AI 솔루션을 도입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업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기술 활용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직원이 업무에 사용하는 AI 도구의 무려 80%가 IT 부서의 감독 없이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섀도우 AI(Shadow AI)’라 불리는 이 현상은 기업의 생산성, 보안, 그리고 거버넌스 지형을 실시간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지난 몇 년간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생성형 AI 플랫폼의 폭발적 증가가 자리한다. 과거 거대 기술 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머신러닝 모델을 이제는 어떤 직원이든 이메일 초안 작성부터 코드 생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빠른 업무 처리와 창의적인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이러한 확산을 부추겼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이로 인해 파생될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제 준수, 네트워크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섀도우 AI가 명백한 ‘양날의 검’이라고 경고한다. 한편으로는 직원들에게 민첩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한다. 마케팅팀은 AI로 콘텐츠를 생성하고, R&D 부서는 신속한 프로토타이핑에 AI를 활용하며, 고객 지원팀은 챗봇으로 업무 부담을 던다. 실제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AI 조기 도입 기업의 56%는 20%를 상회하는 생산성 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외부 AI 서비스가 악성코드를 유입시키거나, 민감한 기업 데이터를 제3자에게 유출하고, 각종 규제 요건을 위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 글로벌 기업에서는 직원이 무심코 사용한 AI 음성 기록 서비스를 통해 수천 건의 고객 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의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공식 소프트웨어는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지만,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제3자 AI 앱에 대해서는 가시성이 전무했다”며, “비정상적인 데이터 흐름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상당한 리스크에 노출된 후였다”고 토로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IT 리더의 3분의 2가 비승인 AI 도구의 확산에 압도당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전략이 부재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모든 AI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할 수 있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더 현명한 접근법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조직 내에서 어떤 AI 서비스가 사용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각 서비스의 보안 수준을 평가하며, 강력한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네트워크 트래픽을 스캔하여 알려진 AI 엔드포인트를 탐지하는 자동화된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후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서비스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평가하고, 어떤 데이터를 외부 모델에 입력해도 되는지, 어떤 정보는 반드시 보안이 확보된 내부 플랫폼에만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이 안전하게 실험하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업 차원에서 검증된 AI 대안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섀도우 AI’ 문제를 외면한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방치할 경우, 경쟁사들이 먼저 그 이점과 취약점을 파고들어 활용하게 될 것이다. 책임감 있는 AI 도입을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예기치 못한 보안 사고의 뒷수습에 급급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진정한 지혜는 혁신과 감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지금 당장 조직 내 AI 생태계에 조명을 비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명확한 정책을 수립하며, 검증된 대안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때, 비로소 숨겨진 리스크를 조직의 경쟁 우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