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설립 3년여 만에 연 환산 매출 40억 달러(약 5조 5천억 원)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달성하며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했다. 이는 AI 기술의 상업적 성숙도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업계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 '안전한 AI' 기치로 거둔 상업적 성공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학술 연구의 영역에 머물렀던 AI는 이제 산업 전반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1년, 오픈AI(OpenAI)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앤트로픽은 '안전한 AI' 개발이라는 차별화된 기치를 내걸었다. 이들은 시장의 과도한 관심 경쟁을 피하는 대신,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드(Claude)'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전략은 금융, 헬스케어, 공공 부문 등 보안과 규제 준수가 중요한 기업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매출은 2024년 18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025년 1분기에는 연 환산 매출 4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안전 우선'이라는 철학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전문가들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
업계 전문가들은 앤트로픽의 약진이 AI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IT 시장분석기관 테크인사이트 리서치의 한 전문가는 "앤트로픽의 성과는 미션 중심의 AI 기업도 오픈AI와 같은 거대 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 역시 "안전 중심 모델이 이토록 빠르게 막대한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의 성공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업 고객들이 보안과 감사가 가능한 모델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엔터프라이즈 신뢰'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둘째,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가 성숙하면서 구독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앤트로픽의 부상은 기존 강자들에게 연구개발(R&D) 가속화를 압박하며 시장 전체의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성장과 책임,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전 세계 AI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약 45% 성장한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앤트로픽은 이 거대한 시장의 약 1%를 단독으로 차지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에는 책임이 따른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수익 경쟁이 AI의 안전과 윤리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매출의 20%를 오픈소스 기반의 AI 안전 연구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이윤과 공공의 가치를 조화시키려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앤트로픽이 2026년 2분기 내 기업공개(IPO)나 직상장을 추진하고, 유럽 및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텍스트와 이미지, 코드를 아우르는 새로운 멀티모달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앤트로픽의 부상은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술적 성능뿐만 아니라 신뢰와 안전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AI 시장에서 '안전'과 '수익'이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앤트로픽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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