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한민국의 소비자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일부 먹거리 가격의 급등으로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안겼다. 특히 무, 배추, 김 등 일상적인 식재료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밥상물가’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통계청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로, 지난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적인 물가 흐름에서는 안정적인 수치다. 그러나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수산물은 5.1%, 축산물은 4.3% 상승했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각각 3.7%, 3.1% 올랐다. 특히 농산물 중 일부 품목은 가파른 가격 인상을 기록했다.

상반기 무 가격은 무려 54%나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 보리쌀(42.0%), 오징어채(39.9%), 배추(27.0%), 김(25.1%), 찹쌀(23.8%) 등도 크게 올랐다.
이택호 강사(농업경영교육전문가, 경영학박사, 수원대교수) “이번 가격 급등은 단순히 공급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 유통 과정에서의 손실 확대, 소비 심리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무와 배추처럼 수확 기간이 집중되는 작물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재배·유통 구조 전반에 걸친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무와 배추의 가격 상승 원인으로 폭우와 이상기온 등으로 인한 작황 악화를 꼽았다. 실제로 올 초부터 출하량이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수산물 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오징어 어획량은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의 기후 요인으로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오징어채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보리쌀은 재배면적 감소로 인해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오름세다. 초콜릿(17.0%), 시리얼(9.9%), 커피(8.8%)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은 원재료비 상승과 제조사의 출고가 인상이 맞물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과일류 가격은 전년 과일값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6.1% 하락했고, 농산물 전체 물가지수는 오히려 1.6% 하락했다. 이는 과일류가 전체 농산물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서민 가계의 체감 물가는 실질 지표보다 훨씬 높게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가에 민감한 외식업계, 중소 자영업자, 취약계층에겐 이 같은 먹거리 물가 상승이 직접적인 생활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택호 강사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물가 조절 정책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배 기술 도입, 저장·유통 시스템의 현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상반기 소비자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밥상 위의 주요 품목인 무, 배추, 김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요인과 유통 구조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하며,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해 중장기적인 식재료 수급 안정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표면적인 물가 지표만으로는 국민의 실제 생활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 먹거리 물가처럼 삶의 기본을 이루는 항목의 변화는 체감도와 사회적 파장을 동시에 일으킨다. 정부의 세심한 정책 대응과 더불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