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설명]=한국 기업이 중국 대륙 진출을 위해 하이난을 경유하면 그 절차와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이미지제공=한류TV서울
[중소기업연합뉴스] 윤교원 기자=한국 기업에게 중국은 지금도 가장 큰 기회의 땅이자 동시에 가장 높은 장벽을 가진 시장이다. 수교 이후 쌓아온 신뢰와 파트너십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의료기기처럼 고도의 기술과 복잡한 규제가 얽힌 산업에서는 여전히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전략으로 남아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하이난(海南) 을 전면적인 자유무역항(自贸港) 으로 지정하고, 바이오·의료특구로 집중 육성하면서 한국 기업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활용해야 할 합법적 실험장(试点) 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하이커우 국가고신기술산업개발구(海口国家高新技术产业开发区) 와 보아오 르청 의료특구(博鳌乐城医疗特区) 는 한국 기업이 해외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세계 데이터(RWD) 로 빠르게 효과를 입증하고, 본토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 되고 있다.
본토라면 수년이 걸릴 신약·의료기기 허가도 르청 의료특구에서는 빠르면 9개월~1년 만에 조건부 승인을 받고 전국으로 확대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예컨대 중국 현지 스타트업 A사는 해외 승인 받은 척추 수술 로봇을 하이난에서 실증한 뒤 단기간에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国家药品监督管理局) 허가를 따내 전국 20개 성(省)으로 판로를 넓혔다.
한국 기업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하이난에 입주하면 얻게 되는 실질적 자금 지원은 큰 강점이다.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연구비 보조금, 실험실 임대료 감면, 공용 연구장비 지원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특히 하이커우 고신구에선 첨단생산시설을 직접 설립하면 토지사용료 감면, 설비 투자에 대한 무이자·저리 대출, 일정 규모 이상 매출 달성 시 세금 환급(税收惠益) 과 로열티 인하 혜택까지 단계적으로 연계된다.
예를 들어 하이난은 제3류 의료기기 개발에 최대 56억 원, 고급 제조시설 구축에 최대 126억 원 규모까지 지원해 한국 기업의 초기 진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리고 1류 신약을 개발할 경우 성과에 따라 최대 110억 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도 이미 가동되고 있다.
한국 기업 활용 전략은 분명하다. 하이난을 중국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먼저 르청에서 신속하게 허가를 받아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본토 확장 허가(NMPA)로 연결해 전국으로 넓혀 가는 단계별 전략이 최적이다. 특히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스타트업 기업에게는 이렇게 실증 → 데이터 축적 → 생산 → 전국 확장의 로드맵이 가장 현실적인 성장 경로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보조금은 ‘선 지급’이 아니라 일정 단계의 매출 목표나 실적 달성 후 분할 지급된다는 점이다. 즉, 현지 파트너십과 IP 전략, 네트워크 구축이 철저하지 않으면 자금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하이난이 제공하는 관세 제로(零关税), 저세율(低税率), 그리고 인력·데이터 이동의 자유는 무모한 직진 대신 단계별로 시장성을 검증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치다.
나는 이제야 한국 기업이 하이난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주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이난은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기술을 시험하고, 실적을 내고, 본토로 확장할 수 있는 안전한 교두보(桥头堡) 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로 불리는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질적 성공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는 하이난을 발판 삼아 중국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실천할 차례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Commerce /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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