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그냥 안 살래."
요즘 온라인 쇼핑 소비자들의 속내를 대변하는 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5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조 4,870억 원. 언뜻 보면 여전히 거대한 시장 같지만,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고작 0.9%.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업계는 충격보다 냉각을 느끼고 있다.
성장 멈춤은 이상현상이 아니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 시장은 전자상거래 기술의 발달, 팬데믹 특수, 모바일 쇼핑의 확산 등에 힘입어 해마다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부터 소비심리는 급격히 냉각되었고, 결정타는 ‘이쿠폰 사태’였다.
일명 ‘티메프 사태’로 불린 사건 이후, 쿠폰형 상품군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7.1%나 하락했다. 렌터카, 기기렌탈, 티켓 등의 거래가 사실상 증발하며, 온라인 쇼핑의 거래 총액 구조까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가격이나 혜택만으로는 소비자를 붙잡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소비자는 ‘싸고 많은 것’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을 원한다
무너진 건 단지 거래액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제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싼 건 불안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온라인 구매 시 후기를 꼼꼼히 보고, SNS에서 실사용 후기를 탐색하며, ‘브랜드 스토리’와 ‘신뢰 가능한 플랫폼’을 기준으로 쇼핑하는 패턴이 일반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거래 감소 와중에도 음식서비스(+14.2%), 농축수산물(+9.4%) 등 필수 소비재군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점이다. 이는 온라인 쇼핑이 사치나 여가보다 이제 ‘생활의 기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플랫폼 중심에서 개인 경험 중심으로
이번 통계의 또 다른 핵심은 플랫폼 유형별 온도차다. 종합몰은 –4.6%의 거래 감소를 보였지만, 전문몰은 오히려 8.5% 성장했다. 이는 “누구나 다 파는 곳”보다 “나를 위해 골라주는 곳”에 소비자가 더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모바일 기반 소비의 확산과도 맞물린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 중 모바일 비중은 **77.2%**로 압도적이다. AI 추천, 맞춤형 정기배송, 쇼츠 기반 쇼핑 콘텐츠 등은 이제 ‘특별한 기능’이 아닌 ‘기본 제공 요소’가 됐다.
앞으로의 시장, '정체기' 아닌 '전환기'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 정체를 두고 ‘위기’로 받아들이지만, 오히려 본격적인 재편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소비는 멈추지 않는다. 다만 형태가 바뀌고,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많이 팔기”보다 “정밀하게 팔기”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D2C(Direct to Consumer, 자사몰) 브랜드의 약진이 예상된다. 브랜드가 직접 고객과 관계를 맺고,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 이것이 ‘다음 온라인 쇼핑’의 기본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무리하며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최저가도, 빠른 배송도 아닌 신뢰와 경험, 그리고 개인화된 가치 제안에 달려 있다. 이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어떤 플랫폼이든 뒤처질 것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맹진기 | 이비즈니스, 이커머스 전략 컨설턴트
‘판다는판다’ 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 블로그 에서 e커머스 시장 흐름과 디지털 소비자 트렌드에 관한 칼럼과 강의 활동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