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5년 동안 SNS에 『우리는 한국인』, 『창몽천자강론(創夢千字講論)』, 『참한도를 찾아서』, 『일요단상(日曜單想)』, 『정경천법(政經天法)』 등, 총 다섯 주제의 글을 써왔다. 이 중 4개는 상식적, 시사적, 감성적인 내용을 주제로 하는 글인 데 반해 『정경천법(政經天法)』은 대학과 대학원의 『정치경제학』 교재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적고 있는 참으로 딱딱하고 이론적인 글이다.
내가 제목만 봐도 골치가 아플듯한 『정경천법(政經天法)』이라는 이론적인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SNS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들이 출처도 없는 온갖 잡다한 뉴스, 온갖 야담, 온갖 남녀상열지사 등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글들이 많은 것을 보고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정말 이런 글들만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대학과 대학원에 준하는 심도있는 교과서적 글을 읽을 사람은 과연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경천법(政經天法)』은 난해하기로 소문난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 리카도(David Ricardo)의 『자유무역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등, 고전적 경제학을 주축으로 하여 정치와 경제가 상호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인간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를 밝혀가는 이론적인 글로서 예정 분량이 약 3,000쪽 정도 되는데 매회 2쪽 분량을 이틀마다 적는다고 가정할 경우 3,000쪽을 완재(完載)하려면 약 10년이 걸릴 것이다.
제목만 봐도 골치가 아플듯한 교과서적 글을 10년에 걸쳐 쓴다는 것은 쓰는 나로서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읽는 독자들로서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쓰기도 힘들고 읽기도 힘든 그런 글을, 더욱이 써 달라고 애원하거나 부탁한 사람도 없는 그런 글을 무엇 때문에 기를 쓰고 써가느냐고 반문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건축물의 기초가 튼튼해야 마천루(摩天樓, skyscraper) 빌딩을 지을 수 있을 것임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사람 사는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튼튼한 기초적 지식과 인성을 바탕에 깔고 있을 때 살기좋은 세상도, 부강한 나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온 것은 쉽게 간다”는 속담처럼 가벼운 지식으로는 가벼운 인생, 가벼운 나라밖에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손자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말처럼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런 배움이 좀 더 깊고 무거울수록 개인도 나라도 그만큼 깊고 무거워질 것임은 틀림없다. 신하국, 부마국, 식민국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았던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 역사를 마감하고 자랑스런 나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은 바윗돌처럼 무겁고 단단한 지식과 지성을 갖추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 무겁고 단단한 지식과 지성에서 나오는 국민적 정신력과 일체감이 그대로 국력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저 평생동안 넓은 세상을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내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나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단 한 명이 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정경천법(政經天法)』이라는 난해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도 의외로 읽는 독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밖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는 수준 높은 공부에 목마른 독자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깊고 무거운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이 많은 한 우리의 미래는 참으로 밝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놓고 볼 때 1947년 생(76세)인 내가 10년이라는 세월을 이기고 『정경천법(政經天法)』을 완재(完載: 마무리)하기는 어렵겠지만 부디 나의 작은 지식봉사가 내일의 수많은 지성인을 만들고 부강한 조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여 먼 훗날 오늘을 기억하는 누군가가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정경천법(政經天法)』이라는 참으로 이론적인 난해한 글을 소처럼 우직하게 10년 동안 썼던 바보 박사가 있었지”하며 회고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늙은이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올해 마지막으로 쓰는 일요단상을 통해 이렇게 내가 나의 각오를 다시 한번 다져본다.
-손 영일의 일요단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