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화의 보존과 현대화를 선도해온 한국민화센터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6월 26일, 학술연구소 온고지신에서 열린 정기총회 및 이·취임식에서 박금희 박사가 제7대 이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한국민화센터는 민화의 예술성과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연구, 교육, 전시, 국제교류를 아우르는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온 민화 전문기관이다. 특히 ‘현대민화의 전개와 흐름전’, ‘경주국제민화포럼’ 등 다채로운 기획을 통해 민화의 전통성과 동시대성을 조명해 왔으며, 국내외 작가, 연구자, 교육자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네트워크형 기관 운영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신임 박 이사장은 문화재학·미술사 전공의 문학박사로, 현재 학술연구소 온고지신과 운향차문화원 원장, 한국차명인연합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전통 꽃꽂이 연구자이자 SF뉴스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해 왔다. 다양한 전통문화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적 시각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문화리더로 평가받는다.
박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민화는 민중의 삶 속에서 자라난 예술이자, 오랜 시간 한국인의 기원과 상상력을 담아온 문화적 보고”라며, “오늘날에는 제도권 교육에서조차 그 가치가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민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민화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깊은 철학을 내비쳤다. “찻자리에서 시(詩), 먹(墨), 그림(畵), 도자(陶)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사유의 창이 되듯, 민화도 삶과 연결된 예술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며, “민화는 이제 **차문화, 공예, 디지털아트, 패션 등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을 통해 ‘살아 있는 예술’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민화센터는 앞으로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조직과 활동을 재편할 계획이다.
첫째, 민화와 타 전통문화 간 융합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이를 통해 민화가 단독 장르에 머물지 않고 실생활 속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둘째, 민화 기반 자격제도와 인증고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민화 교육의 표준화와 전문인 양성 기반을 마련한다.
셋째, 민화 콘텐츠의 디지털화 및 글로벌 플랫폼화를 통해 새로운 세대와 해외 시장과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한국민화센터는 그동안 경주국제민화포럼을 15년 넘게 꾸준히 개최하며 지역과 함께 민화의 정체성을 확장해왔다. 경주는 민화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설화인 ‘처용문배’가 전해지는 지역으로, 민화의 발상지로서의 상징성이 크다. 센터는 경주시와 경상북도의 후원을 바탕으로 포럼을 지속적으로 열며 경주의 민화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박금희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며, 민화는 단순히 전통의 표상이 아닌, 현대를 통과해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적 다리”라며 “한국민화센터가 그 다리의 중심에서 대한민국 민화의 플랫폼 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민화센터의 이번 이사장 취임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닌, 민화를 둘러싼 시대적 전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절이 아닌 연결, 보존이 아닌 확장, 독립이 아닌 융합의 키워드를 중심에 둔 이번 비전 선언은 민화라는 전통예술이 ‘살아 숨 쉬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