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국민은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지만, 정작 인사 정책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직 임명은 단순히 자리 채우기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근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능력과 자질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우며 논공행상식 인사를 반복해 왔다. 특히 보은, 정실, 낙하산, 수첩, 회전문, 그리고 코드 인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결국 ‘인사(人事)가 망사(亡事)’라는 비판과 함께 역풍에 시달렸다.
정부 요직을 맡을 인사는 청렴성과 도덕성, 신뢰성을 갖춰야 하며, 인사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역대 정부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코드 인사, 특정 성향 인사들을 기용하는 등의 문제를 반복했고, 이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과 이념 성향이 맞은 386 인사들을 대거 청와대 참모로 발탁함으로써 코드‧보은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 또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인사‘를 강조했으나, 고소영, 강부자 인사 등 '망사(亡事)'적인 인사 행태(行態)를 보여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을 통한 비선, 밀실, 그리고 수첩 인사 등으로 결국 탄핵과 함께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의 인사도 예외 없이 구태를 반복했다. 이 모두는 ’공직‘을 선거에서 이긴 전리품쯤으로, ’인사‘를 논공행상으로 생각하고 “내 사람만 쓰겠다”라는 아집과 편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21대 대통령 탄생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헤집고 망가뜨려 놓은 대한민국시스템 모두를 원점에서 새롭게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정부 인사 시스템의 재정비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들의 인사 관행 병폐들을 반면교사로 때 묻지 않은,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들을 널리 찾아내 국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공직은 한 마디로 국가 자산이며, 인사 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까닭이다.
인사는 말 그대로 정치다. 따라서 국가의 자원을 이용해 인사를 해야 한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인재 관리 전담 독립 기구를 만들어 인재 풀과 인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독립성이 유지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집권한 대통령들은 이를 간과하거나, 애써 방기해 왔다. 지난날 국민 반쪽만 바라보며, 정치와 인사를 해 온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편 가르기식 리더십이 이를 극명히 보여 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탕평 인사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탕평 인사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별 인위적인 배분이 아닌 능력 중심의 인사 정책을 통해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공명정대한 공적 인사 시스템을 도입, 실행한다면 갓 출범한 새 정부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의 새 정부의 요직 인사와 관련된 보도를 보면 국민적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정 인물의 기용과 관련하여 과거의 보은 인사나 정치적 논공행상의 흔적이 보인다면,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의 성공을 도모하려면 인사 정책에서부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능력과 청렴성을 갖춘 인재를 선별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직을 맡길 때만이 정부 운영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국가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