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한 마을이 불타고 있다 (윤은한 저, 창연출판사)




불의 시학과 생명의 윤리를 노래한 시집

 

경남 창원에서 활동하는 윤은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우주의 한 마을이 불타고 있다를 경상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 지원을 보조받아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시인의 말과 1부에는 물건리 방조 어부림12편의 시, 2부에는 아버지는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다12편의 시, 3부에는 굴참나무12편의 시, 4부에는 동백나무 상륙작전10편 등 총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그리고 임창연 문학평론가의 불의 시학과 생명의 윤리라는 시집 해설이 실려 있다.

 

윤은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불탄 숲에 어린나무가 다시 자라는데 30, 황폐해진 땅이 제 향기를 되찾는 데는 1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학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고통의 자리를 돌아보며, 지켜야 할 가치를 기록합니다. 이 글은 산불의 기록이자 상처 입은 생명에 바치는 작은 위로입니다. 믿음으로 숲을 걸었고, 타버린 자리에 싹이 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써 내려갔습니다. 산불이 생태계 순환의 일부로 생물 다양성에 기여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초대형 산불 앞에서는 자연의 질서마저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숲은 점점 더 관리되지 않은 밀림으로 변해가고, 이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방의 지혜이며, 숲을 지키기 위한 실천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우주의 미래에 책임 있는 존재입니다. 이 작은 목소리가 경각심을 일으키고, 생명을 지키려는 다짐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숲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조용한 결심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이달균 시인은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인의 성소였다. 언덕 위에 성채를 짓고 평화와 안식을 기원하며 신에게 다가가 모든 것이 영원하기를 기원했다. 니케 신전, 파르테논 신전, 에릭테온 신전 등이 그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시대였던 고대 그리스 유적은 지금도 그리스 국민들 자긍심의 표상이다. 이곳에서 그들 문화와 역사를 얘기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 자부하던 그리스인들이 그러하듯 시인에게도 자신만의 성소가 있다. 제사장이 제물을 바치고 의식을 행하는 것처럼 시인 역시 원고지 위에 한땀 한땀 바늘을 누벼 시의 옷을 짓는다. 건축가가 신의 음성을 들으며 신전을 짓듯 시인은 제의(祭儀)를 행하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 윤은한 시인의 성소는 수십 년 일용할 양식의 텃밭이 된 자연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예(園藝)라고 할 수 있는데, 윤 시인의 경우 그 중심에 이 있다. 실제 경남도청 산림녹지 공무원으로 34년을 봉직하였고, 그 기간 중 경남산림환경연구원에서도 수년간 근무하였다. 현재도 그런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고 있기에 숲과 시인은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이렇듯 생활의 근원이 된 숲은 시의 성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에게 숲은 삶의 뿌리이며 상상력의 원천이다. 이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에 일독을 권한다.”라고 했다.

 

임창연 문학평론가는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 미국 1930~)는 선불교와 도가사상을 흡수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종종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원리에 기대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탈각한 언어를 구사한다. 윤은한의 도 또한 유사한 사유를 드러낸다. 숲의 침묵과, 불에 타버린 나무의 고요함, 다시 돋아나는 새순 앞에서 시인은 어떠한 언어적 허세도 걷어낸다. 그의 시적 언어는 비움과 기다림의 윤리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스나이더와 궤를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두 시인의 시는 기록을 넘어선 예언의 언어라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스나이더는 Turtle Island에서 다음 세대가 살아갈 땅은 우리가 어떻게 오늘을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썼고, 윤은한은 시인의 말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단지 자기반성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향한 윤리적 제안이자 선언이다. 이처럼 게리 스나이더와 윤은한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지만, 그들의 시는 동일한 철학적 줄기를 공유한다. 그것은 을 중심으로 한 생태 시학이자, 문학이 지닌 가장 근원적인 책임, 존재를 응시하고 지키려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윤은한 시인은 2016리토피아로 시 등단했다. 현재 경상남도문인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경남문심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야생의 시간을 사냥하다』 『우주의 한 마을이 불타고 있다가 있다. 산림녹지공무원으로 34년 근무 했으며, 산불 강사로 활동 중이다.

 

우주의 한 마을이 불타고 있다/ 윤은한/ 창연출판사/ 112양장제본/ 정가 15,000

작성 2025.06.30 16:27 수정 2025.06.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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