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키안(素敵庵). 일본어로 스테키는 ‘멋지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일본식으로 발음해도 ‘스테키’다. 중의적인 단어를 사용한 가게 이름이다. 안(庵)은 공간을 의미하는 단어이니 한 마디로 ‘스테키’한 공간에서 ‘스테키’를 먹는 셈이 된다. 이곳은 이 이름만큼이나 메뉴와 매장 컨셉, 스태프들도 개성이 넘친다. 1984년에 창업했으니 올해로 41년이 됐다. 나는 자주 못 가는 26년 단골이다.
이곳의 매력 포인트는 유서 깊은 ‘라이브 오픈 키친’ 콘셉트. 즉 주문을 하면 카운터에 앉아 내가 먹을 스테이크가 맞은편 화덕에서 조리되는 모습과 지글거리는 소리, 구워지고 있는 향기를 동시에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다.
주문과 동시에 올 블랙의 경쾌한 복장을 한 요리사들이 우렁차고 밝은 목소리로 메뉴를 복창하며 일사불란하게 조리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망의 불 쇼와 함께 지글지글한 철판이 서빙 된다. 철판에서 계속 지글거리는 스테이크의 기름 튐 방지 냅킨과 젓가락을 주는 것이 특이하다.
그때까지 내게 스테이크란, 잘 차려입고 조용한 클래식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음식이란 이미지였는데,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일련의 스테키안의 퍼포먼스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런 브랜딩을 무려 40년 전에 시도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화덕에서 수 십 년간 작은 체구임에도 가장 화려한 불 쇼를 선보였던 마스터와의 만남 또한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스테키안의 많은 스태프들이 바뀌는 와중에도 긴 머리를 한 올도 흘러내리지 않게 손질하고 늘 우렁찬 목소리로 스테키안을 평정했던 마스터는 도대체 쉬는 날도 없는지 주말이든 평일이든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그곳의 스테이크만큼이나 맛있는 오므라이스를 항상 곱빼기로 시켜 먹곤 했는데, 마스터는 “오늘도 곱빼기 맞죠?”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마도 많은 단골손님의 정보를 그는 다 꿰고 있는듯했다.
가고시마를 떠난 이후에도 나는 종종 스테키안을 들렀고, 그때마다 마스터와 짧은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고, 언제와도 변함없는 그의 모습은 스테키안이 영원할 거라는 안심감을 주었다.
그런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2년 전으로, 아이를 그에게 소개하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는데, 올 초 친구와 스테키안을 찾았을 때 그가 보이지 않아 소식을 물으니 지병이 악화되어 퇴사를 했다고 한다.
같이 갔던 친구는 소화제를 먹어가며, ‘3주 저온 숙성의 젓가락으로 먹는 가고시마 흑우 스테이크’를 기쁜 마음으로 탐닉했고, 나는 마스터가 없는 휑함을 느끼면서도 변함없이 야들야들하고 촉촉한 계란을 조심스레 헤집으며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더는 오므라이스 곱빼기를 주문하던 젊은 날의 나를 기억해줄 사람이 그곳에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허전하지만, 마스터가 일구었던 스테키안의 그 스테키한 맛은 앞으로도 나를 이곳으로 변함없이 여행케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마스터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소식도 듣고 싶다.
K People Focus 김현정 칼럼니스트 (kichomen2@naver.com)
어린 시절 부터 ‘퍼주기’ 특기자이자 의미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적극적인 패션 소비자, 언젠가는 어엿한 ‘인문학 다단계 판매자 최고 등급’이 되어, 보다 재미있는 일들을 도모하는 날을 꿈꾸는 반전 매력의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