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합뉴스] 김주연 칼럼리스트= AI 기술이 빠르게 일상을 파고드는 지금, 더는 ‘전문직이라서 안전하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전문 영역까지 대체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 나는 이 변화 앞에서 단순한 두려움이나 막연한 위기의식을 넘어, 우리가 어떤 직무를 ‘지속가능한 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칼럼을 통해 사라져가는 직업들의 공통된 구조를 짚어보고, 그 안에서 ‘사라짐’이 아닌 ‘재정의’로 나아가기 위한 시선의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다.
더 이상 ‘안전한 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직이든, 사무직이든, 반복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구조를 가진 일은 AI 앞에서 서서히 자리를 잃어간다. 그 사실을 마주했을 때 나는 불안보다 먼저,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이 미래를 보장해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타이틀이 기계적으로 기능하는 구조에 갇힌 직업일수록 더 빠르게 사라진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고정된 규칙으로 이루어진 업무를 AI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고, 소비자들조차 사람보다 기계를 더 선호하는 영역이 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위기 경고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피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라지는 직업의 공통점은 무엇이며, 반대로 남는 일의 본질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일이 그 본질에 얼마나 가까운지, 혹은 멀어졌는지를 스스로 진단하는 일이다.
지금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일자리를 보면, 이름은 전문직이지만 내용은 정형화된 프로세스 업무라는 공통점이 명확히 보인다. AI가 대체하는 전문직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 가능한 구조이다. 수학 공식처럼 일정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일. 예를 들어 기초 회계처리, 보험 심사, 영상의학 판독, 법률 문서 초안 작성 등은 정해진 프로세스와 기준에 따라 작업이 반복된다.
이런 일들은 인간의 판단보다는 정확성과 속도가 중요한데, AI는 이를 훨씬 빠르게, 오류 없이 처리할 수 있다. 한 세무사가 수백 건의 세금 신고를 며칠에 걸쳐 처리하던 일을, AI 세무 소프트웨어는 몇 분 만에 끝낸다. 속도와 정확성, 비용 효율성에서 인간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또한 대체되는 직무는 대부분 정서적 판단이 필요 없는 분야이다. AI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서적 이해 없이도 충분히 수행 가능한 일이 많다. 예를 들어 민원 상담, 텔레마케팅, 행정 문서 작성, 예약 응대, 일정 관리 등은 정해진 규칙과 매뉴얼만 따라가면 되는 구조이다. 사람들은 더는 감정적으로 힘든 응대를 원하지 않는다. AI 챗봇은 예민한 고객에게도 흔들림 없이 정확히 대응하며, 24시간 쉬지 않는다. 결국, 감정 없는 노동이 필요한 영역일수록 AI는 인간보다 ‘더 적합한 존재’가 된다.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석하기보다 패턴을 인식해 반복 판단을 내리는 일 역시 AI의 전공 분야이다. 영상진단, 데이터 분석 보조, 기사 요약, 금융 보고서 작성 등은 경험이 아닌 패턴 기반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다. 예를 들어 영상의학과의 AI 판독 기술은 이미 전문의를 능가하는 정확도를 보인다. AI는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해,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는다. 인간은 집중력과 피로라는 한계가 있지만, AI는 1초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판단이 아닌 비교가 핵심인 업무는, 결국 AI의 차례가 될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변화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이제는 사람들조차 AI를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콜센터 직원보다 빠르고 예의 바른 AI 콜봇, 사람보다 정확한 AI 여행 추천 시스템, 기다릴 필요 없는 AI 상담 챗봇. 사용자 경험이 인간보다 AI를 신뢰하기 시작할 때, 인간의 일은 더 빠르게 사라진다. 이제 시장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계가 더 잘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동시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분명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건 통합적 사고와 해석력, 감정적 공감과 설계력, 그리고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다. AI는 뛰어난 도구지만, 방향을 정해주는 존재는 아니다. 그 방향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사람, 그것이 미래에도 살아남는 직업의 조건이기도 할것이다.
AI에 밀리지 않으려 애쓰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누가 AI를 더 잘 활용하느냐가 생존의 기준이다. 보다 더 많이 연구하고 보다 더 많은 생각들을 깊이 있게 정리해서 특별한 질문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별한 질문을 해야 될것이다. 같은 도구를 써도, 결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무슨 직업이 안전한가?”를 묻기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인간적인가?”를 질문해야 할 때다.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사람이 될 것인가,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인가. AI 시대는 직업을 없애는 시대가 아니라, 의미 없는 일을 줄이고, 의미 있는 일을 재정의하는 시대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인지, 바깥에 머물 것인지는 지금 나의 질문이 바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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