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퇴직 후에는 한동안 꽃집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봉사활동과 문화센터에서의 글쓰기 강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산시 이동에서 주민자치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주민들의 생활 민원을 직접 듣고 소통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바쁘게 지내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시적 감수성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주는 것 같습니다.
2. 시집 제목이 『말보다 오래 머무는 말』입니다. 말에 대한 사유가 깊은데, 어떤 마음으로 이런 시들을 쓰셨나요?
말은 단순한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마음의 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흘러가도 마음에 남고, 마음에 남는 말 한마디가 삶을 바꾸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집은 그런 말들의 잔향을 따라 쓴 기록이며, 살아오며 품었던 상처, 기다림, 오해 같은 것들을 천천히 말의 형상으로 빚어 보려 했습니다. 오래 머무는 말은 많이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믿으니까요.
3. 시에는 가족과 기억, 고향의 풍경이 자주 등장합니다. 시인님의 배경과 관련이 있을까요?
제가 태어난 안산이 지금은 산업도시지만, 제게는 바다 냄새와 염전, 작은 포구가 있는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며 가족과 마을, 자연이 삶의 중심이었고, 그런 풍경들이 제 시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시를 쓴다는 건 결국 나를 키운 풍경을 다시 안아보는 일이겠지요. 시는 그리움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 시는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는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마음이 잠시 앉아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휴식의 공간이라 여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고,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이나 생각을 다시 찾아주는 일. 그래서 시는 때로 위로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고, 말보다 더 진한 말이 된다고 여깁니다. 시는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조용한 거울이 아닐까요.
5. 시인님이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 시일까요?
좋은 시는 꼭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의미보다는 느낌, 설명보다는 여백이 있는 시. 그 여백에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시가 아닐까요? 저는 시가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채우는 과정이 아름답다고 믿습니다.
6. 시는 보통 언제, 어떻게 쓰시나요?
일상을 살아가며 보고 느낀 장면이나 말들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메모해 둡니다. 그런 조각들이 어느 날 조용한 시간에 저를 찾아옵니다. 시를 쓴다는 건 마음이 만나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완성 후에도 늘 부족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래서 시를 쓴다는 건 늘 다시 배우는 일 같습니다.
7. 『말보다 오래 머무는 말』은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이 시집은 특정한 독자를 상정하고 쓴 책은 아닙니다. 다만 단 한 편의 시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머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말보다 더 오래 남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결국 독자의 삶에서 비롯될 테니까요. 시는 그렇게 서로의 시간을 가만히 감싸 안는 따뜻함이면 좋겠습니다.
8.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나눠 주세요.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문화센터 글쓰기 강의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글쓰기는 저에게 삶을 나누는 또 다른 방식이니까요.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더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며, 천천히 이어갈 생각입니다. 오래도록 말보다 오래 머무는 시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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