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없는 도서관’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2024년 공공도서관 통계조사에 따르면, 도서관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용자 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서 수와 자료구입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의 양적 팽창과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실제 시민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아이러니다.
공공도서관 1관당 장서 수는 2020년 101,148권에서 2024년에는 95,976권으로 5년 연속 감소했다. 자료구입비도 줄었다. 2024년 기준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자료구입비는 8,766만 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장서 수 감소와 예산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실제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볼 책이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전자자료는 급증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고, 여전히 인쇄자료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이는 출판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정규직 사서 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2024년 기준 정규직 사서는 총 6,072명으로, 2020년 5,292명 대비 780명 증가했다. 하지만 한 명의 사서가 감당해야 할 업무는 여전히 과중하다. 1인당 봉사대상 인구는 8,435명으로 줄긴 했지만, 사서 1명이 프로그램 운영, 도서 정리, 시민 안내, 독서 활동 기획 등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구조는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지방이나 중소도서관에서는 사서 1인이 사실상 도서관 전체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다. 1관당 연간 방문자 수는 17만 3,000명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고, 독서·문화 프로그램 참가자도 관당 22,366명으로 5.1% 늘었다. 시민들의 도서관 활용도는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책과 프로그램은 자원 부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출판계와 공공도서관의 상생 전략이 절실하다. 지금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 문화의 중심이자 교육과 치유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 안을 채울 책이 없다면,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도서관 장서 확충 예산 확대, 지역 특화 도서 프로그램 개발, 전자자료와 인쇄자료의 균형 있는 확보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서관 생태계를 위해서는 도서관 정책이 단순한 운영 통계를 넘어서야 한다. 장서의 질과 다양성을 고려한 구입 예산 배분, 지역 간 자료 접근성 격차 해소, 출판 유통 구조와의 연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민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삶을 가꿀 권리가 있다. 공공도서관은 그 권리를 실현하는 최전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