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땅, 두 고통… 가자에서 평화를 틔우는 씨앗을 심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진영간의 보복 끊지 않으면 평화는 요원

하마스의 폭력과 이스라엘의 압도적 무력 사용, 그 사이에 놓인 민간인의 삶과 꿈


<사진: AI image. antnews>

가자지구. 지도에서는 작고 협소한 공간일 뿐이지만, 이 땅이 품은 고통과 상처는 세계 어느 전쟁보다도 크고 깊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하마스에 대한 군사작전은 다시금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단 하루 사이에 팔레스타인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비극적인 기록은, 무력 충돌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빠르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파괴의 서사는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하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며 납치한 참극은 분명히 국제사회가 규탄해야 할 잔혹한 범죄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라는 꿈은 이미 빛을 잃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무능과 분열, 하마스의 정치·군사적 득세는 모두 이 비극의 예고편이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끊임없는 증오의 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끝없는 분쟁의 인질이 되어야만 하는가?

 

한 국가, 혹은 두 국가? 구조적 상상력의 위기

20세기 후반부터 국제사회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의 국가를 이루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 이 해법은 실질적인 붕괴 상태에 있다. 하마스와 파타(Fatah)의 분열은 팔레스타인 내 통합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스라엘 내부의 극우 정치는 팔레스타인 영토의 영구 점령 가능성마저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대안, 한 국가 해법은 가능한가? 유대인과 아랍인 모두가 동등한 시민권을 가지며, 단일 국가 내에서 공존하는 방식이다.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이스라엘 내에서 유대국가정체성을 포기하길 원하는 이는 드물고, 팔레스타인 역시 수십 년간 억압받은 기억 속에서 진정한 동등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구조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적 해법은 결국 사람의 의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지 제도나 국경을 재단하는 기술적 논쟁을 넘어서,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공동의 인식을 되찾는 일이 먼저다.

 

민간 차원의 포용과 노력, 국가보다 앞서야

팔레스타인의 라말라에서,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존재한다. 전직 군인과 팔레스타인 청년이 공동으로 평화 워크숍을 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증오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포용은 때로는 정부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다.

 

하마스가 존재하는 한, 무장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를 대신해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온건하고 합리적인 시민 대표 세력이 등장하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보안이 아닌 공존을 추구하는 정치 세력이 힘을 얻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평화는 선택지다, 그리고 용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서는 생명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이 하루하루 쌓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들 역시, 군복을 입고 돌아오지 못한 동료의 사진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 이 비극의 땅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공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단순한 서사로는 이 복잡한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 서로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할 때 평화는 가능하다. 정치는 언제나 뒤따르기 마련이다. 먼저 사람이, 그다음 제도가 변화한다.

 

지금이 바로 평화를 상상할 때다. 지금이 바로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작은 용기를 낼 때다.


 

작성 2025.05.14 08:12 수정 2025.05.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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