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그는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다. 그것도 재선에 당선된 대통령.
그를 세속적 기준에서 보자면 ‘성공한 인간’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그의 정치가 세계에 남긴 흔적은 명예도, 비전도 아닌 혼란과 분열의 증폭이었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는 성공한 지도자인가, 아니면 역사의 일그러진 거울인가?
트럼프의 정치란 이름 아래 벌어진 행보는 권력에 대한 중독, 경제에 대한 오만,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였다. 그는 대통령에 오르자마자 세계 경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명목 하에 일방적인 관세 폭탄과 외교 고립주의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수많은 나라들이 수출길을 막혔고, 세계의 가장 약한 고리는 먼저 끊어졌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전 세계 서민들의 식탁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관세율 하나에 뒤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은 미국을 구하는 구세주라 믿었고, 세계는 따라와야 한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자국민이 거리로 나와 ‘손 떼라’고 외쳤을 때조차 그는 그 목소리를 민심이라 인정하지 않았다. 수많은 외침을 ‘가짜 뉴스’, ‘정치적 음모’, ‘조작된 여론’이라 몰아세우며, 오히려 자신이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진실은 외면한 채, 그는 스스로를 공격받는 피해자로 포장하며 현실을 부정했다. 그러나 결국 민주주의의 힘은 그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고작 한 달도 안 돼, 강경했던 정책은 ‘90일 유예’라는 말장난으로, 모두가 놀랐던 관세를 내리도록 번복됐다. 이 장면은 그의 정치가 비전의 결과가 아닌 공포의 산물임을 증명했다.
그는 재선에 교만을 부렸고, 그 실패는 하늘의 심판이 아닌 스스로 초래한 자멸의 결과였다. 경험 없는 초선 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지만 재선은 하늘이 높지 않았다. 이렇게 진리와 진실을 외면한 정치는 결국 스스로를 파괴했다. 그는 ‘성공한 리더’가 아니라, 거대한 착각의 산물이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한 한 나라의 실패로 봐선 안 된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장이다. 인간은 더 많은 돈을, 더 큰 권력을, 더 높은 자리 갈망으로 전 세계를 자신의 한마디로 누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인간은 늘 그렇듯 자기 손의 피를 하늘에 묻히려 한다.
“왜 이런 세상을 만들었냐”고 신을 원망하겠지만, 정작 그 세상을 망가뜨린 건 욕망을 신처럼 섬긴 우리 모두의 손이었다.
트럼프의 등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재난이 아니다. 그는 미국민 탐욕의 기준으로 ‘성공’을 정의한 결과였다.
그는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였다. 국민이 아닌 고객을 상대했고, 공공의 비전이 아닌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가’를 들먹였고, ‘위대한 미국’을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 뒤에 숨은 진짜 메시지는 단 하나였다. “나는 돈을 가졌고, 그래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긴 오점을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그의 정치는 단순한 실정이 아니라, 인류 정치의 퇴행을 상징하는 치명적 실패 사례다.
역사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성공한 자의 껍데기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진짜 인간의 책임을 택할 것인가?”
자만한 지도자는 진실을 무너뜨리고, 진실을 외면한 국민은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이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문장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인류는 트럼프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 인물을 만들었는지’는 잊을 것이다.”
이헌숙 | 교육비평가 · 사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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