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미국 중서부의 평온한 주 위스콘신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투표함 위에 던져졌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제도를 주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정치적 불신으로부터 선거 제도를 지키려는 의지였다.
이제 위스콘신의 땅에서는 신분증 없이는 투표할 수 없다. "모든 선출직 민주당원은 이에 반대했다"는 한 공화당 상원의원의 언급에서 있었듯, 이번 개헌은 정파적 논쟁을 넘어서는 구조 개혁이었고, 그 뿌리는 2020년 미국 대선의 부정선거 논란과 연결된다. 당시 수 많은 미국인들은, 특히 트럼프 지지층은 '투표의 순수성'을 잃었다며 분노했고, 그 불신이 이번 개헌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미국에서의 선거 논란은 미국만의 사건이 아니다.
2024년 한국의 총선. 표면상으로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은 팽팽했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도 오차범위 내의 박빙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거대 야당의 압승, 군소정당의 비례입성등. 국민의 의혹은 수치로부터 싹텄다.
'왜 이토록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는가?' 부정선거 의혹은 인터넷 공간을 넘어 국회의 담장 안까지 번졌고, 한쪽에서는 “중국 개입설”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설(說)’마저 맴돌았다.
유권자는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묻고 있다. “우리는 정말로 믿을 수 있는가?”
위스콘신은 이에 ‘헌법’을 들어 답했다. 신분증 제도를 단단히 못 박아, 미래의 정치 세력이 이를 뒤흔들 수 없도록 방비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선거제도는 여전히 다수결이라는 껍데기 속에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 소재는 흐려졌고, 증거와 정황 사이에선 “음모론”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며 진실은 모호해졌다.
사실 민주주의는 투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신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토대 위에 세워진다. 유권자의 한 표가 제대로 반영되고, 그 과정이 공정했다는 믿음이 없다면, 투표율이 아무리 높다 한들 그것은 종이장 속 허상일 뿐이다.
그렇기에 위스콘신의 개헌은 단지 하나의 지역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흔들리는 시대에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그리고 한국이 지금 진지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거울이기도 하다.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의심을 멀리하고, 백성은 신뢰를 삶의 줄기로 삼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신뢰다. 투표용지의 두께가 아니라, 그 아래 깔린 정의와 투명함의 두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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