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계신 부모님, AI가 24시간 살핀다…돌봄 로드맵 해부

복지부, 국무회의에 복지·돌봄 AI 대전환 로드맵 보고…2027년 400가구 실증

복지 신청은 말로, 행정업무 절반은 AI로…사람은 대면 돌봄에 집중

생성형AI활용  혼자 사는 어르신을 살피는 AI 돌봄 로봇 설명

 

혼자 사는 부모님이 밤사이 쓰러지면 누가 가장 먼저 알 수 있을까. 요양보호사가 다녀간 뒤 다음 방문까지 비는 시간, 그 공백을 메울 방법은 없을까. 자녀 세대가 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사는 질문이다.

 

정부가 여기에 '인공지능(AI)'이라는 답을 꺼내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10월 6일 국무회의에서 '복지·돌봄 AI 대전환 로드맵'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집과 요양시설, 복지 행정까지 돌봄의 전 과정에 AI를 단계적으로 넣겠다는 5년 계획이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 본다.

 

● 왜 지금 돌봄에 AI인가

 

출발점은 사람이 모자란다는 현실이다. 복지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분석을 인용해 2043년이면 요양보호사가 99만 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늘어나는데, 이들을 돌볼 인력은 줄어드는 구조다. 돌봄 공백이 현실이 되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현장의 비효율도 문제로 꼽혔다. 복지부가 함께 공개한 로드맵 자료에 따르면 복지서비스는 중앙·지자체·민간을 합쳐 5357종에 이르지만, 신청을 포기한 이유로 '몰라서'(44.3%)가 가장 많았다. 사회복지 공무원 한 명이 주민 500~1000명을 관리하고, 위기 정보가 현장에 닿기까지 30~60일이 걸린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그래서 로드맵은 '든든한 돌봄, 따뜻한 복지, 함께 누리는 AI'를 목표로 세 갈래 전략을 내놓았다. 첨단기술 기반의 돌봄 체계 구축, AI 기반 복지행정 혁신, 사람 중심 AI 활용 기반 마련이다.

 

● 집은 '스마트 홈', 시설은 '스마트 시설'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집 안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재가 돌봄은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시간에만 서비스가 이뤄지고, 그 밖의 시간은 비어 있다. 로드맵은 움직임 감지 센서와 AI 스피커, 손목에 차는 건강 측정 밴드 같은 기기를 묶어 평소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 AI와 나눈 대화까지 종합해 '평소와 다른 신호'를 조기에 잡아내는 '스마트 홈'을 구상했다. 기존에는 최대 6시간 움직임이 없어야 위기로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빨리 이상을 감지해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일정도 제시됐다. 2027년 400가구에서 모델을 만들어 실증하고, 2028년부터 공공 돌봄을 중심으로 넓힌다. 실증 지역은 경기 성남시 200가구, 전남 목포시 100가구, 영암군 100가구다. 대상은 노인에서 장애인으로, 공간은 가정에서 복지관·주간보호센터 등 지역사회로 넓히고, 2030년 이후에는 말동무·안전 감지·건강 관리를 하나로 묶은 가정용 자율추종 로봇 적용까지 계획에 담겼다.

 

요양시설도 바뀐다. 지금은 야간에 종사자가 2시간마다 직접 돌며 안전·수면·배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로드맵은 스마트 기저귀와 낙상·움직임 감지 센서로 한곳에서 상태를 살피고 이상이 생기면 즉시 대응하는 '스마트 시설' 모델을 제시했다. 2027년 국공립 장기요양시설 10곳에 순찰·운반·배설 지원 로봇을 시범 적용하고, 2028~2029년에는 장기요양시설의 1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부터 AI·사물인터넷(IoT) 돌봄기술을, 2028년부터는 피지컬 AI(몸을 가진 AI, 즉 로봇)와 돌봄로봇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 복지 신청은 말로, 서류 업무는 AI가

 

두 번째 축은 복지 행정이다. 2027년부터는 국민이 일상적인 말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추천한다. 이후에는 '원클릭'으로 신청까지 이어지도록 절차를 줄이고, 아동수당처럼 조건이 단순한 보편급여는 자동 지급을 우선 추진한다. 위기가구를 찾는 AI 모형도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고립·학대·돌봄 공백 같은 복합 위기까지 함께 살피도록 고도화한다.

 

공무원과 돌봄 종사자의 일도 달라진다. 서류 접수·검증과 시스템 입력처럼 정형화된 복지행정 업무의 50% 이상을 2028년까지 AI로 자동화하고, 돌봄 현장의 물품 관리나 지출결의서 작성 같은 반복 업무도 디지털로 바꾼다. 남는 시간은 상담과 사례 관리, 직접 돌봄에 쓰도록 한다는 취지다.

 

안전장치도 함께 담겼다. AI의 위험 수준에 따라 사람이 개입하고 감독하는 원칙, 결과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권리 등을 담은 윤리 지침을 만들고, 이용자가 자신의 복지·돌봄 정보를 직접 보고 동의 아래 활용하는 '복지·돌봄 마이데이터'도 도입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반복 업무를 분담하는 조력자"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로드맵', 즉 방향과 일정을 담은 계획이다. 실제 어떤 기기가 어느 가구에 어떤 비용으로 들어갈지, 민간 확산 단계의 본인 부담은 얼마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효과 검증도 2027년 실증 이후의 일이다. 그럼에도 혼자 계신 부모님을 둔 직장인에게는 방문 사이의 공백을 기술이 메워 줄 가능성을, 복지 서비스를 몰라서 포기했던 가정에는 말 한마디로 안내받는 길을 예고한 셈이다. 돌봄과 복지 현장에서 일하거나 그 분야 진로를 생각하는 청소년이라면, 앞으로 이 일이 '서류와 순회'보다 '사람과 기술을 함께 다루는 일'로 바뀐다는 점을 염두에 둘 만하다.

 

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복지·돌봄 AI 대전환 로드맵, 2026년 10월 6일

작성 2026.10.07 19:10 수정 2026.10.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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