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관 신호, 모이면 더 강해진다

KAIST·IBS, VEGF-C·VEGFR-3 결합 구조 규명

림프부종·암 전이 치료 단서는 아직 연구 단계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몸속 림프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조절되는지 이해하는 데 새 단서가 나왔다. KAIST와 기초과학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림프관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수용체가 짝을 이룬 뒤 다시 모여 신호를 키우는 구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직 치료제 개발 단계는 아니지만, 질병의 원리를 보는 창이 하나 더 열린 셈이다.

 

KAIST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와 IBS 이상규 박사 공동 연구팀은 림프관 생성 단백질인 VEGF-C와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 VEGFR-3의 결합 구조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9월 9일 온라인 게재됐고, KAIST는 10월 2일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림프관은 조직 사이에 고인 체액을 거둬들이는 몸의 배수로 같은 기관이다. 림프관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팔과 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종양 주변에 림프관이 과도하게 생기면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퍼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 대상은 VEGF-C와 VEGFR-3다. VEGF-C는 림프관 생성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이고, VEGFR-3는 세포 표면에서 그 신호를 받는 수용체다. 그동안은 VEGF-C가 VEGFR-3 수용체 두 개를 짝짓게 하는 과정이 활성화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수용체가 짝을 이룬 뒤 신호가 어떻게 더 강해지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단백질을 영하의 초저온 상태로 얼려 전자빔으로 관찰하는 초저온전자현미경을 활용했다. 이 장비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매우 작은 단위까지 들여다보는 데 쓰인다. 분석 결과 수용체 두 개가 만든 복합체들이 세포막을 따라 옆으로 맞물려 더 큰 무리를 이루는 구조가 확인됐다.

 

쉽게 말하면 두 사람이 한 팀을 만든 뒤, 여러 팀이 나란히 모여 더 큰 힘을 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모임이 실제 신호 증폭과 연결되는지도 시험했다. 복합체끼리 맞닿는 부위를 바꾸거나 빛으로 수용체 결집을 조절한 결과, 여러 복합체가 모이는 과정이 신호 증폭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복합체의 결집이 흐트러지면 VEGFR-3와 세포 안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ERK의 활성도 줄었다. ERK는 세포 안에서 외부 신호를 전달해 성장과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 경로 중 하나다. 이 결과는 림프관 생성 신호를 조절할 수 있는 새 지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성과는 림프관 생성이 부족한 질환에서는 신호를 높이고, 종양 주변 림프관이 과도하게 생기는 상황에서는 신호를 낮추는 전략을 연구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가 림프부종 치료나 암 전이 억제 효과를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동물실험과 임상 연구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 소식은 의료 현장을 바로 바꾸는 신약 발표라기보다, 앞으로 어떤 지점을 겨냥해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기초과학 성과에 가깝다. 학생에게는 생명과학의 구조 연구가 질병 이해와 연결되는 사례가 되고, 성인 독자에게는 과학 보도가 치료 확정 소식인지 연구 단서인지 구분해 읽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출처: KAIST 연구뉴스·Advanced Science, 2026년 10월 2일

작성 2026.10.06 01:18 수정 2026.10.0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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