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장치는 반드시 딱딱한 반도체여야 할까. 중국 연구진이 부드러운 젤 안에서 이온의 움직임을 조절해 신경의 정보 처리 특성을 흉내 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컴퓨터의 계산 방식을 그대로 확장하는 대신, 생물의 신경이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연구다.
중국과학원이 9월 18일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항저우의학연구소 연구진은 여러 성질의 젤을 결합한 이온 수송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장치는 입력 자극에 따라 신호 전달 정도가 달라지는 특성을 보였으며,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쥐의 신경과 연결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다만 이는 실험 단계의 성과로, 사람에게 사용하는 제품이나 치료 기술이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 연구를 이해하는 열쇠는 ‘뉴로모픽’이라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신경을 모방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신경은 자극을 받아들이고, 연결의 강도를 바꾸며, 이전 경험의 영향을 다음 반응에 반영한다. 이를 본뜬 장치는 모든 정보를 똑같이 처리하기보다 자극의 크기와 반복 여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나타내도록 설계된다.
여기서 학습과 기억이라는 표현을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장치가 스스로 생각하거나 사람처럼 경험을 떠올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들어온 자극 때문에 이후의 전기적 반응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일정 시간 유지되는 성질을 말한다. 신경의 일부 작동 원리를 재현한 것을 인간의 지능 전체를 재현한 것처럼 받아들이면 연구의 의미가 오히려 흐려진다.
산업적 관점에서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만 작동해야 하는가. 몸에 붙이는 센서나 로봇의 손끝처럼 작고 유연한 공간에서도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면 활용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신호를 멀리 있는 서버로 보내기 전에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장치를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촉각 센서는 물체를 누르는 힘의 변화를 받아들인다. 여기에 자극의 반복이나 지속 시간을 구분하는 기능이 더해진다면, 단순히 압력을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장치를 설계할 여지가 생긴다. 이는 이번 연구에서 완성된 제품 기능이 아니라, 신경 모방 소자가 발전할 경우 검토할 수 있는 응용 방향이다.
상용화의 문턱은 별개다. 연구실에서 한 장치가 작동하는 것과 수많은 장치가 같은 성능을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온도와 습도가 바뀌어도 신호가 안정적인지, 반복 사용 후 성질이 달라지지 않는지,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작은 소자를 많이 연결했을 때 서로의 신호를 방해하지 않는지도 중요하다.
평가 방식 역시 정교해져야 한다. 특정 자극 한 번을 처리할 때 소비한 에너지가 적다는 사실만으로 전체 인공지능 시스템의 전력 사용량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호를 읽는 회로와 주변 장치, 데이터를 전달하는 과정까지 포함해 비교해야 한다. 같은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했는지도 함께 따져야 공정한 평가가 된다.
한국과 비교할 때 주목할 부분은 연구의 연결 방식이다. 중국 사례는 의학 연구기관의 소재 연구가 정보 처리 장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대응 전략을 세운다면 반도체 성능 경쟁과 함께 소재·전자공학·신경과학 연구를 연결하는 과제를 검토할 만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가 같은 장치의 성능과 한계를 함께 평가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개발 초기부터 사용 환경을 정하는 접근이 유용하다. 피부에 붙일 센서인지, 산업용 로봇에 넣을 부품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내구성과 정밀도가 다르다.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성능 수치만 높이기보다, 실제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정하고 기존 장치와 비교하는 편이 기술의 가치를 판단하기 쉽다. 연구기관과 기업이 공통으로 사용할 평가 기준도 이런 과정에서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소식은 AI 경쟁을 보는 시야를 넓힌다. 더 큰 모델을 만들고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일과 함께, 정보를 받아들이는 물질과 장치 자체를 바꾸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살펴야 할 지점은 새로운 소재의 등장뿐 아니라 그 소재를 검증하고 활용할 연구 기반이다. 부드러운 젤이 산업 현장의 부품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AI 하드웨어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참고자료]
中国研发凝胶器件,探索类脑计算新路径
中国研究人员开发了一种利用离子传递信号的凝胶器件。
Zhōngguó yánjiū rényuán kāifā le yì zhǒng lìyòng lízǐ chuándì xìnhào de níngjiāo qìjiàn.
它能够模拟神经系统的部分学习和记忆特征,但不等于拥有人的思维。
Tā nénggòu mónǐ shénjīng xìtǒng de bùfen xuéxí hé jìyì tèzhēng, dàn bù děngyú yōngyǒu rén de sīwéi.
这项技术仍处于实验阶段,实际应用还需要检验稳定性和耐用性。
Zhè xiàng jìshù réng chǔyú shíyàn jiēduàn, shíjì yìngyòng hái xūyào jiǎnyàn wěndìngxìng hé nàiyòngxìng.
对韩国而言,值得关注的是材料、电子工程与神经科学之间的合作。
Duì Hánguó éryán, zhíde guānzhù de shì cáiliào, diànzǐ gōngchéng yǔ shénjīng kēxué zhījiān de hézu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