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을 판매하는 곳인가요?”

K-PRINT 행사장에서 ‘나경 빵물관(NAKYOUNG BREAD MUSEUM)’ 부스를 접한 일부 관람객들이 보인 첫 반응이다. 이름에서 빵을 판매하는 공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부스에서는 그림책과 활동북, 엽서, 노트, 스티커 등 종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콘텐츠와 상품을 선보였다.
나경 빵물관은 디자인 전문기업 디자인 나경이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다. 디자인 나경은 2003년 10월 설립돼 행사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디자인과 인쇄 관련 작업을 진행해 왔다. 유경은 디자인 나경 대표는 회사를 ‘도꼭지들이 모인 디자인 전문 일터’라고 소개한다. ‘도꼭지’는 어떤 방면에서 으뜸이 되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디자인과 인쇄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삼아온 회사가 자체 콘텐츠 브랜드를 만든 배경에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 확산 속 다시 주목한 종이
유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가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환경에서 종이가 가진 물리적 특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디지털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손에 남고, 기억에 남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종이 콘텐츠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를 다시 사고 싶고, 펼치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나경은 약 10년 전부터 자체 개발 특허와 굿즈에 관심을 넓혀왔으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소재 가운데 하나로 ‘빵’을 선택했다. 이후 빵을 소재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나경 빵물관을 시작했다. 현재 브랜드에는 4명의 빵 캐릭터가 등장한다. 캐릭터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림책을 비롯해 활동북과 문구류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종이 제품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특정 제품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동일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여러 콘텐츠와 상품으로 전개하는 콘텐츠 IP 방식에 가깝다.
K-PRINT 참가…‘인쇄 이후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
이번 K-PRINT 참가에서도 디자인 나경은 개별 제품 판매보다 종이와 인쇄가 콘텐츠 및 상품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K-PRINT는 인쇄·출판·패키징·디지털 프린팅 등 관련 분야의 기술과 제품을 다루는 전시 행사다. 유 대표는 이번 참가 목적을 ‘인쇄 이후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좋은 인쇄 기술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콘텐츠와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종이가 책이 되고, 엽서와 노트, 스티커가 되고, 다시 하나의 세계관과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실제 상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스 역시 제품을 종류별로 단순 진열하기보다 각각의 결과물이 하나의 캐릭터와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상품 배치와 부스 이미지뿐 아니라 브랜드 관련 음악과 영상도 함께 활용했다. 이는 인쇄물을 최종 결과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스토리, 상품 기획 등을 결합해 후속 콘텐츠로 확장하는 사례를 현장에서 보여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빵집인가요?” 질문에서 확인한 브랜드 인지도 과제
현장에서는 브랜드 이름과 실제 전시 제품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 질문도 이어졌다. 유 대표에 따르면 일부 관람객들은 처음 부스를 보고 “빵을 판매하는 곳인가요?”, “출판사인가요?”, “엽서를 만드는 회사인가요?” 등의 질문을 했다. 유 대표는 이러한 반응을 브랜드의 특징인 동시에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바라봤다.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는 방식인 만큼 처음 접하는 관람객에게 브랜드의 성격을 어떻게 짧고 명확하게 전달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관람객들이 설명을 들은 뒤 그림책과 문구류 등이 하나의 캐릭터와 이야기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역시 관람객이 제품을 하나씩 살펴본 뒤 브랜드의 구조를 이해했을 때였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설명되는 브랜드보다 한 번 더 보게 되고, 질문하게 되고, 알고 나면 기억에 남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관람객 반응은 별도의 정량적 조사 결과가 아니라 현장에서 디자인 나경 측이 확인한 사례를 토대로 한 평가다.
현장 판매보다 소비자 반응 확인에 의미
디자인 나경 측은 이번 참가의 성과를 현장 판매량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한 데 두고 있다.
어떤 제품에서 관람객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지, 어떤 내용을 질문하는지, 브랜드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설명이 필요한지 등을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향후 콘텐츠 구성과 오프라인 전시 방식을 검토하는 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디자인 나경은 나경 빵물관을 종이 제품 판매에 한정하지 않고 향후 전시와 팝업, 다른 브랜드 및 기업과의 협업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 대표는 “앞으로 전시와 팝업을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보다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콘텐츠 IP를 다양한 상품과 유통 채널로 연결하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종이와 인쇄, ‘결과물’에서 ‘콘텐츠의 출발점’으로
나경 빵물관의 K-PRINT 참가는 인쇄업계가 직면한 하나의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인쇄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이후 어떤 콘텐츠와 상품으로 연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디지털 매체의 확산으로 정보 전달 수단이 다양해진 가운데 종이는 물리적으로 소유하고 기록하며 보관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 여기에 캐릭터와 이야기, 디자인을 결합하면 출판물이나 문구류를 넘어 콘텐츠 IP의 한 형태로 확장할 여지가 생긴다.
나경 빵물관은 이러한 가능성을 자체 캐릭터와 종이 제품을 통해 실험하고 있다. 이번 K-PRINT 참가 역시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디자인 나경 측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종이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아직 새롭게 만들 것이 많은 매체라는 것을 실제 상품과 성과로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디자인 나경이 던진 화두는 특정 제품 자체보다 ‘인쇄 이후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가깝다. 인쇄 기술과 디자인,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연결해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발전시킬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