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음식인 쿠스쿠스(Couscous)는 작은 곡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듀럼밀 세몰리나에 물을 조금씩 뿌려 손으로 굴려 만든 알갱이를 찐 음식이다.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재료와 잘 어울려 오늘날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겨 먹는 대표적인 전통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쿠스쿠스의 기원은 약 2천 년 전 북아프리카에 살던 베르베르(Berber, 아마지그) 민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조한 기후 속에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곡물을 활용하기 위해 밀가루를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찜기에 익혀 먹기 시작한 것이 쿠스쿠스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북아프리카에서는 물이 귀했기 때문에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식재료가 매우 중요했다. 쿠스쿠스는 건조 상태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었고, 필요할 때마다 증기로 익혀 다양한 채소와 고기, 향신료를 곁들여 먹을 수 있어 사막 생활에 매우 적합한 음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쿠스쿠스는 사하라 사막을 오가는 대상(隊商)들과 지중해 무역을 통해 널리 퍼져 나갔다. 오늘날의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는 물론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남부까지 전해지며 지역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모로코에서는 양고기와 여러 채소를 듬뿍 넣어 향신료와 함께 즐기고, 튀니지에서는 매콤한 하리사 소스를 더해 강렬한 풍미를 살린다. 알제리에서는 병아리콩과 채소를 넉넉하게 넣어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쿠스쿠스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어 주는 문화라는 사실이다. 북아프리카에서는 결혼식, 명절, 출산 축하, 추수 감사 등 중요한 날이면 온 가족이 커다란 접시 하나를 가운데 두고 함께 둘러앉아 쿠스쿠스를 나누어 먹는다. 음식을 함께 나누는 행위 자체가 화합과 환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모리타니아가 공동으로 신청한 '쿠스쿠스의 지식·기술과 전통'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한 나라의 음식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 지켜온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오늘날 쿠스쿠스는 건강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볍지만 포만감이 높고 채소, 해산물, 육류와 모두 잘 어울려 현대적인 샐러드와 퓨전요리에도 자주 활용된다. 오래전 사막을 여행하던 사람들의 생존 음식이 이제는 세계적인 미식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 알 한 알 손으로 빚어낸 작은 곡물 속에는 북아프리카 사람들의 삶과 지혜, 공동체 정신,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음식문화의 역사가 담겨 있다. 쿠스쿠스는 단순한 곡물 요리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온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