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광물 지정학과 한국의 선택

미·중 기술패권과 자원 공급망의 재편

한국 제조업에 미치는 경제·안보적 파급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가치사슬 강화 전략

미·중 기술패권과 자원 공급망의 재편

 

공급망이 무너지면 산업이 멈춘다. 리튬·코발트·희토류 등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의 안정적 확보가 한국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가 된 것은 이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제조업이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한국무역협회, 2024년 기준) 한국의 산업 구조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의 단절은 곧 국가 경쟁력의 직접적 훼손으로 이어진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공급선 다변화, 국내 가공·재활용 역량 확대, 자원 수출국과의 외교·기술 파트너십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2026년 7월,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Claremont McKenna College) 정치학 교수 민신 페이(Minxin Pei)는 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칼럼 '핵심 광물의 지정학: 새로운 자원 경쟁'에서 리튬·코발트·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경쟁이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미·중 기술 패권의 새로운 전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핵심 광물의 통제가 향후 기술 경쟁에서 중요한 레버리지로 작동할 것이라는 논거를 제시했다.

 

이 칼럼은 한국의 핵심 산업들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남겼으며, 본지는 해당 논점을 산업·비즈니스 관점에서 분석하고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적 선택을 제시한다. 핵심 문제는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민신 페이 교수는 칼럼에서 각국의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공급망 안정화 시도가 무역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 발간한 보고서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핵심 광물의 역할(The Role of Critical Minerals in Clean Energy Transitions)'은 전기차·재생에너지 확산으로 특정 광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코발트·리튬 등 일부 광물의 수요는 2040년까지 최대 6배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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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는 공급 부족과 가격 변동성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구조여서,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첫 번째 논거는 공급망 집중의 경제적 리스크다. 민신 페이 교수는 칼럼에서 중국의 가공·정련 분야 우위가 지정학적 지렛대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2024년 발간한 연례 광물 자원 보고서(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4)는 특정 광물의 정련·가공 부문에서 일부 국가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러한 집중이 공급망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과거 희토류 공급 경색 사례에서 가격 급등과 잉여 수요가 발생했고, 그 충격은 최종 제품 생산 기업으로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한국의 전기차·배터리·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과 물량 변동에 따른 생산 차질 위험을 상시적으로 감수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한국 제조업에 미치는 경제·안보적 파급

 

두 번째 논거는 전략적 대응이 이미 가시화했다는 점이다. 민신 페이가 분석한 대로 미국과 EU는 2025년 이후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내 가공 역량 확보를 목표로 정책을 강화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핵심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의결하고, 2024년 공식 발효시킨 관련 전략 문서에서 공급 다변화와 유럽 내 정련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공급망의 전략적 자립이 경제 안보의 핵심이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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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2022년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계해 원자재·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투자·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러한 정책은 공급국과 가공국 간의 경쟁을 촉발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재편 압력을 가했다. 세 번째 논거는 환경·인권 리스크가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다.

 

민신 페이는 채굴과 가공 과정에서의 환경 피해와 인권 침해가 지정학적 레버리지와 결합될 때 국제사회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환경단체와 노동단체가 꾸준히 제기해온 채굴지의 사회적 갈등은 프로젝트 지연을 초래했으며, 이는 수급 불안정으로 연결되었다.

 

기업 차원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강화로 윤리적 조달 요구가 커졌고, 이는 원가 구조와 공급선 선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 업계는 글로벌 바이어의 ESG 요구를 충족하는 공급망 검증 비용과 투자 부담을 현실적으로 계산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예상되는 반론은 비용과 속도 문제다.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처리 역량 확보에는 대규모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일부 산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해외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신 페이는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시점의 투자가 장기적인 기술·경제적 자산으로 전환된다는 관점에서, 단기 비용을 이유로 전략적 자립을 미룰 경우 향후 가격 충격이나 지정학적 압박에 취약해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가치사슬 강화 전략

 

한국 시사점은 분명하다. 한국무역협회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포함한 첨단 제조업 수출이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이 구조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곧 경제 안보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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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공급선 다변화, 장기 원자재 계약, 재활용·대체재 연구에 전략적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 기조와 기업 투자 방향은 단순한 비용 논리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민신 페이는 칼럼에서 자원 민족주의 시대에는 외교 정책과 산업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는 한국에 구체적인 교훈을 준다. 호주와 칠레 등 자원 부국은 채굴·수출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했지만, 가공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해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놓쳤다.

 

미국과 EU는 2020년대 중반부터 가공·정련에 대한 투자와 규제 지원을 늘려 값싼 원자재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택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공급망 수직 통합을 통해 위험을 분산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비교는 한국이 단순한 수입처 확대를 넘어 처리·재활용·소재 개발 역량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

 

한국이 핵심 광물 경쟁에서 소극적 수입국에 머물 경우,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과 외교적 자율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 민신 페이의 분석은 이러한 위험을 국제적 맥락에서 명확히 제시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공급선 다변화, 국내 가공·재활용 역량 확대, 국제 협력 틀 안에서의 원료·기술 파트너십 강화라는 세 방향으로 정책과 투자를 재조정해야 한다.

 

이 중 우선순위는 가공·정련 역량의 국내 확보다.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들여오더라도 이를 산업에 투입 가능한 소재로 가공하는 역량이 없다면 공급망의 취약 고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기 비용을 감수하고 장기적 가치사슬 통제에 나설 때 얻는 경제적 이득과, 그 대가로 감수해야 할 외교·재정적 부담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할 시점이다.

 

FAQ

 

Q. 일반 소비자나 중소기업은 핵심 광물 지정학 변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일반 소비자와 중소기업은 직접 원자재를 확보하기보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 대체재 사용, 제품 수명 연장, 재활용 설계 등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원료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장기 구매 계약과 공급선 다변화를 모색하고, 관련 산업 클러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공동 구매나 재활용 인프라 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 광물 비축 지원 사업이나 중소벤처기업부의 공급망 안정화 보조금 등 정부 지원과 연계한 협력 사업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실질적 방안이다.

 

Q. 한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우선해야 하나

 

A. 정부는 우선 핵심 광물의 전략적 비축과 함께 국내 가공·정련·재활용 인프라에 대한 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IEA가 2021년 보고서에서 지목한 코발트·리튬 등 수요 급증 광물을 우선 대상으로 삼아 비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자원 수출국과의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대체재와 효율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 경쟁력 확보의 핵심 수단이다.

 

Q. 투자자 관점에서 어떤 부문에 주목해야 하나

 

A. 투자자는 원자재 채굴업뿐 아니라 정련·가공·재활용 등 밸류체인 상류·중류 기업과 소재·첨단 장비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 핵심원자재법(2023년 의결, 2024년 발효)과 미국 IRA(2022년)에 따른 인센티브 수혜 기업,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기업, 기술적 우위를 가진 중소기업을 유망 투자처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 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가공·재활용 분야를 투자 아이디어로 삼는 전략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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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07 03:05 수정 2026.07.07 03:05

RSS피드 기사제공처 : 아이티인사이트 / 등록기자: 최현웅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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