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없이 유럽 방위가 세워질까? 파리의 전략가가 내놓은 진단

초대장과 거부권이 한 식탁에: 앙카라가 던진 튀르키예의 질문

트럼프의 '선물 보따리', 에르도안은 무엇을 받아낼까

앙카라 정상회의가 시험하는 신뢰의 값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트럼프에게 기자가 물었다.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줄 선물 보따리라도 챙겨 가십니까?" 미국 대통령은 웃으며 답했다. 그를 아주 기쁘게 할 무언가를 하겠다고. F-110 엔진과 F-35 전투기를 두고 나온 말이다. 7월 7일, 앙카라에 32개국 정상이 모인다. 그런데 이 도시를 정상회의장으로 고른 바로 그 동맹이, 튀르키예를 유럽 공동 방위기금 문턱에서 막아섰다. 초대장과 거부권이 같은 식탁 위에 놓였다. 이 모순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파리에 있는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의 부소장 장피에르 몰니는 유럽 방위와 나토를 30년 가까이 들여다본 사람이다. 그가 CNN TURK의 파리 특파원 아르주 차크르 모린 앞에서 앙카라 회의의 속살을 풀어놓았다. 그의 진단은 냉정하다. 이번 회의의 뼈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지원, 다른 하나는 미국이 앞으로 유럽 방위에 어디까지 남을 것인가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부터 보면,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 결과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회의를 보름 앞두고 열린 G7에서 미국은 지원을 다시 강조한 선언에 서명하기로 돌아섰다. 몰니의 물음은 여기서 출발한다. 앙카라에서 그 지원이 다시 의제에 오를 것인가. 그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카드의 대가로 여러 가지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 본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전장 성과에는 감탄하면서도, 크렘린을 더 세게 몰아붙이는 데는 회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동맹은 2026년 우크라이나에 7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두 번째 축은 돈이다. 지난해 헤이그 회의에서 동맹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5퍼센트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핵심 전력에 3.5퍼센트, 사회 기반과 방위 산업 같은 넓은 범주에 1.5퍼센트를 나눠 담은 구조다. 스페인만 예외로 빠졌다. 몰니는 이 5퍼센트를 "하나의 상징"이라 부른다. 트럼프가 유럽을 압박하려고 회의마다 꺼내 드는 지렛대라는 것이다. 더 쓰지 않으면 유럽에서 미군을 빼겠다는 말, 그 반복이 실제로 먹혔다. 이 목표는 2029년에 한 차례 중간 점검을 받는다.

 

숫자가 증명한다. 유럽연합 27개국의 국방 예산은 2021년 약 2,180억 유로였다. 2024년에는 3,430억 유로로 뛰었다. 몰니의 표현을 빌리면 짧은 기간에 거의 두 배다. 유럽은 이 공백을 메우려고 방위 산업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그 핵심이 지난해 5월 유럽연합 이사회가 채택한 1,500억 유로 규모의 공동조달 기금 'SAFE'다. 튀르키예는 이 구조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리스와 남키프로스가 거부권을 들고 서 있다. 그리스 외무부는 조건을 걸었다. 에게해를 둘러싼 1995년 의회 결의, 곧 그리스가 영해를 12해리 밖으로 넓히면 전쟁 사유로 보겠다는 그 결의를 앙카라가 거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몰니는 'SAFE' 문서 자체가 복잡해 오해가 많다고 짚는다. 유럽의 구매 품목에 튀르키예산 부품이 일정 비율 들어갈 수 있으니, 방위 산업이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완전한 참여에는 유럽연합과의 안보 협정이 필요하고, 그 협정을 풀려면 키프로스 같은 정치 매듭을 먼저 끊어야 한다.

 

그렇다면, 길이 하나뿐인가? 몰니는 고개를 젓는다. "튀르키예는 유럽 기금을 거칠 필요가 없다." 그가 남긴 짧은 문장이다. 튀르키예에서 직접 무기를 사는 길이 열려 있고, 이미 몇몇 유럽 나라가 그렇게 한다. 프랑스와 독일 기업이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인도에서 전략적 동반 관계를 맺으려 움직인다. 기업들은 정치의 문이 닫혀 있어도 자기들끼리 거래를 잇는다.

 

그러면 S-400은 어떻게 되는가. 2019년 튀르키예는 러시아제 S-400을 들여온 대가로 F-35 계획에서 쫓겨났다. 몰니는 그 매듭이 이제 상당히 뒤로 물러났다고 본다. 트럼프는 거래로 사고하는 사람이라, F-110 엔진을 팔 수 있다면 방법을 찾을 것이라 말한다. 물론 워싱턴의 반대는 여전히 단단하다. 상원 외교위원장 짐 리시는 튀르키예가 S-400을 손에 쥐고 있는 한 어떤 합의에도 반대한다. 몰니는 S-400을 제3국에 넘기는 선택을 거론하며 프랑스의 기억을 꺼낸다. 러시아에 팔기로 했던 미스트랄 상륙함이 취소된 뒤 이집트로 향한 그 일 말이다.

 

앙카라를 회의장으로 고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르샤바, 빌뉴스처럼 전선 가까운 도시가 무대였던 시절을 지나, 동맹은 튀르키예의 수도를 택했다. 정상회의 선언문 초안은 집단 방위를 향한 '철통같은 약속'을 다시 확인한다고 전해지고,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수십억 유로 규모의 새 방산 계약이 발표될 것이라 예고했다. 

 

트럼프는 2015년 오바마 이후 처음으로 튀르키예 땅을 밟는 미국 대통령이 된다. 몰니의 해석은 이렇다. 나토 안에 튀르키예가 있고, 그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동시에 그는 유럽인의 작은 근심도 숨기지 않는다. 튀르키예가 이 환대를 유럽연합에 맞서는 자리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나토는 튀르키예가 필요하고, 튀르키예도 나토가 필요하다."

 

두 문명이 만나는 다리 위에 선 나라. 초대받았으나 완전히 안기지는 못한 나라. 나는 이 대목에서 유명한 성경 구절 하나를 떠올린다. "화평하게 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복음 5:9). 무기의 숫자가 두 배가 되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은 계약서로 허물어지지 않는다. 앙카라의 식탁에서 오갈 것은 전투기와 엔진만이 아니다. 신뢰라는, 값을 매길 수 없는 품목이다.

작성 2026.07.05 22:46 수정 2026.07.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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