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영상 제작의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AI 배우와 AI 드라마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영상시장에서 나타난 시청 행태는 기술적 완성도만으로는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AI가 제작 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인간 배우가 전달하는 감정과 공감까지 대체하기에는 아직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제 영화와 드라마 제작 전반에 깊숙이 들어왔다. 배우의 얼굴을 생성하고, 음성을 합성하며,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중국의 숏폼드라마 시장은 이러한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기술의 확산 속도와 시청자의 만족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6월 28일 「AI 얼굴에 질렸다? 이제 '살아있는 인간의 감성'이 돌아와야 할 때」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AI 배우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AI가 인간의 외형은 모방할 수 있지만, 실제 인간이 가진 감정과 삶의 경험, 그리고 공감 능력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공개된 시장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네트워크 시청각협회(中国网络视听协会)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숏폼드라마 창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작품은 신규 제작 편수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시청자의 선택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춘제(春节) 기간 기준 실사 드라마의 신규 공개 물량은 AI 드라마의 약 2% 수준에 그쳤지만, 전체 재생 수는 AI 드라마보다 약 25배 많았다.
이는 단순한 흥행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상 콘텐츠 소비에서 시청자는 제작 방식보다 작품이 전달하는 감정과 몰입감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AI가 제작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안, 인간 배우는 감정 표현과 캐릭터의 설득력이라는 영역에서 여전히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언캐니 밸리(恐怖谷, Uncanny Valley)' 현상도 영향을 미친다. 언캐니 밸리는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시한 개념으로, 로봇이나 디지털 휴먼이 인간을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도 '거의 사람 같지만 완전한 사람은 아닌' 단계에 이르면 오히려 강한 이질감과 불편함을 느끼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인간과의 유사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미세한 표정과 시선, 움직임의 작은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인식되고, 그 결과 친밀감 대신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AI 배우 역시 이러한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얼굴은 실제 배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지만, 눈빛의 미세한 변화, 호흡의 리듬,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의 떨림, 예상하지 못한 즉흥적 표현 등은 아직 실제 배우가 보여주는 자연스러움을 완전히 재현하지 못한다. 시청자는 이러한 차이를 의식적으로 분석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며, 콘텐츠에 대한 몰입감과 신뢰도에 영향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는 단순히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다. 배우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작품 속 인물에 투영하고, 관객은 그 과정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한다. 공감과 감동은 이러한 인간적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AI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지만 삶을 살아본 경험 자체를 재현할 수는 없다. 이것이 현재 AI 배우가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장벽이다.
그렇다고 AI가 콘텐츠 산업에서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AI는 프리비주얼 제작, 특수효과, 배경 생성, 더빙, 번역, 편집, 후반 작업 등 제작 효율을 높이는 영역에서는 이미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도 콘텐츠 산업에서 AI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AI를 배우의 대체재로 사용할 것인지, 창작자의 도구로 활용할 것인지에 있다. 이번 중국 시장의 사례는 콘텐츠 산업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술은 제작비를 줄일 수 있지만 감동을 자동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대량 생산된 유사한 작품보다 한 편의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직접 선택으로 보여준 셈이다.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은 오히려 희소한 경쟁력이 된다. 완벽하게 정제된 얼굴보다 작은 떨림이 있는 표정이 오래 기억되고, 계산된 대사보다 삶의 경험이 담긴 한마디가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더라도, 예술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AI 기술은 앞으로도 더 정교해질 것이다. 언젠가는 언캐니 밸리를 상당 부분 극복하는 수준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예술이 전달하는 감동은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창작자의 경험과 배우의 삶, 그리고 관객의 공감이 만나는 순간 비로소 작품은 오래 기억된다. AI 시대에도 콘텐츠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이 여전히 '인간다움'에 있다는 점은 이번 중국 시장의 사례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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