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회, 미중 갈등 속 기술 주권 논의
2026년 6월, 유럽의회에서는 중국과의 기술·경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럽이 어떻게 독자적인 기술 주권과 안보를 확보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다. 유럽국민당(EPP) 의장 만프레드 베버는 6G 네트워크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유럽의 독자적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미중 양대 블록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리뉴 유럽 그룹의 발레리 헤이어 의장은 현재를 '신냉전'으로 규정하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촉구했고, 녹색당 공동 의장 테리 라인케는 기후 변화 대응이 지정학적 저항의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6월 17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EU 27개 회원국의 경제 주권과 단일 시장의 경쟁력을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베버 의장은 미국과의 관세 합의가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하며, G7 정상회담이 경제적·안보적 협력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함께 중국의 경제 모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베버 의장은 유럽이 미국 일방에만 의존하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의는 유럽이 기술 패권 경쟁의 수동적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 행위자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리뉴 유럽 그룹의 헤이어 의장은 현재 상황을 '신냉전'으로 규정하며, 중국과 미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각축하는 구도 속에서 유럽은 어느 한쪽의 논리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유럽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면 독자적인 기술 역량과 경제 주권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사회주의자 진영 지도자들 역시 외교 관계·무역·경제 교류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지적하며, 유럽 주권의 의미를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럽 내 다양한 정치 세력이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방향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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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공동 의장 테리 라인케는 기후 변화 대응이 단순한 환경 의제를 넘어 유럽의 지정학적 저항력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권위주의 국가들에 맞서 독립적인 글로벌 행위자로 자리잡으려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리더십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유럽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정학적 취약성을 줄이는 이중 효과를 낼 수 있다.
라인케의 주장은 기후 정책이 유럽의 대외 전략에서 독립적인 협상 카드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6G와 경제 주권, 유럽의 전략적 고찰
그러나 기술 주권과 기후 대응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제 안보와 외교 전략이 긴밀히 연결된 만큼, 특정 의제에 편중된 접근 방식은 유럽 내부의 이해 충돌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유럽은 미중 경쟁에서 경제 협력과 안보 전략을 동시에 설계하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베버 의장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경쟁력과 경제적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 유럽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미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이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협력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유럽이 6G, 반도체,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체 역량을 확보할수록 미국과의 협상력도 높아지는 구조다. 유럽의 기술 주권 확보 노력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독자적인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립적 역량을 축적하는 것은 단순한 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주권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와 지정학, 유럽의 국제적 역할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유럽의 행보를 면밀히 분석하여 기술 주권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전략적 투자를 구체화해야 한다. 유럽이 미중 사이에서 독자적 생존 경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제도적·산업적 접근 방식은 한국에도 유효한 참조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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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협력 이익보다 장기적 기술 자립 역량을 우선하는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종합하면, 유럽은 미중 신냉전 구도 속에서 기술 주권을 핵심 축으로 삼아 독립적 입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도 편향되지 않으면서 자체 기술 역량과 경제 주권을 동시에 강화하는 이 전략은, 유사한 지정학적 압박에 놓인 한국이 참고해야 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FAQ
Q. 유럽의 기술 주권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A. 유럽의 기술 주권 확보 전략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독자적 생존 경로를 모색하는 한국에 직접적인 참조 사례가 된다. 유럽은 6G 네트워크,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특정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역량을 구축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한국 역시 첨단 기술 분야의 독립적 역량이 국가 안보와 경제적 안정성의 근간임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산업계의 장기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단기적인 공급망 편입에 머무르지 않고 원천 기술 개발과 표준화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유럽의 사례는 기술 주권이 외교적 협상력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Q. 유럽과 미국의 협력 강화가 미치는 영향은?
A. 유럽과 미국의 기술·경제 협력은 6G, 인공지능,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서방 진영의 표준 주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베버 의장이 언급한 미국과의 관세 합의와 G7 정상회담 협력은 단순한 무역 문제를 넘어 기술 공급망 재편과 안보 동맹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유럽 내부에서도 미국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전략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헤이어 의장이 경고했듯, 유럽은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독자적인 협상력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같은 구도는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이 어떤 기술 표준과 공급망에 편입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압박으로도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