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에 이어 빌라와 연립·다세대 주택의 월세 가격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아파트 공급 감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까지 예고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월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세입자들에게는 또 다른 주거비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월세가격지수는 101.22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40%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이 2.08%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상승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고액 월세 계약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초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월세 100만원 이상 신규 임대차 계약은 402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36건보다 41.8% 증가한 수치다. 월세 시장의 가격 상향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소득 여건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소득은 539만500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다른 연령대 가구주의 소득이 모두 증가한 것과 달리 2030세대만 유일하게 소득이 줄었다.
반면 실제 주거비 부담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39세 이하 가구주가 지출한 월평균 실제 주거비는 21만2400원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득은 줄고 주거비는 늘어나는 이중 부담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비용 부담까지 겹치며 비아파트 신규 공급이 크게 위축된 데다, 다음 달부터 강화되는 HUG 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갱신 계약에도 적용될 경우 시장의 월세 전환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준공 물량은 1815가구에 그쳤다. 이는 전세사기 사태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인 2022년 같은 기간 6516가구와 비교해 72%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 주택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아파트를 공급하더라도 미분양 위험이 크고 손실 가능성도 높아 공급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아파트 시장에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공급 절벽과 가격 상승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HUG 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 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물건이나 월세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임대인들은 낮아진 보증금을 월세 인상으로 보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월세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아파트와 비아파트 모두 월세화 흐름을 겪고 있지만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소형 평형 비중이 높아 월세 전환에 대한 저항이 적고 속도도 빠르다”며 “과거에는 공급 물량이 충분해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인허가 감소와 착공·준공 물량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월세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여파로 위축된 비아파트 시장이 공급 감소와 제도 변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공급 회복이 지연될 경우 서울 빌라 시장의 월세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쌤모모 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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